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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고문 보수 제각각 … 법인카드 없고 비서·차량 개인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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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곳 인사들 사이에선 최근 한 드라마가 화제다. ‘대한민국 최고 법무법인의 대표’가 등장하는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쪽에서 협조를 요청해와 김앤장 사람들이 비공식 자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김앤장 관계자의 말이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도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가 김앤장 측 인사로부터 자문을 받았다”고 확인해 줬다. 드라마엔 김앤장의 사무실이 있었던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로대우빌딩도 등장한다. 장소 섭외 담당자는 “드라마 모티브가 김앤장이었기에 일부러 관련된 장소를 헌팅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로펌을 생생하게 묘사해 시청자들이 방송 초기부터 “정말 로펌의 힘이 이렇게 센가” “김앤장이 모델인가”라며 갑론을박해 왔다. 본지는 익명을 요구한 김앤장 현직 3명과 전직 1명, 법조계 사정을 잘 아는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와 실제를 비교해 봤다. 한 현직 인사는 “ 내가 인용되는 순간 난 다음 날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며 극도로 조심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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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장면 1. 법무법인 대표 한정호(유준상 분)는 현직 총리를 만나 개각으로 물러날 테니 고문으로 영입하겠다며 5억원·비서·수행기사 등이 적힌 계약서를 제시한다. 로펌 내부 인사가 총리로 지명돼 로펌이 청문회 준비를 한다. 전직 총리는 출근 첫날 “총리 인사가 워낙 파행이라 모 그룹 비자금 건을 터트릴 것 같다”며 정보를 흘려 준다.

 현직 인사들은 김앤장이 실제 개각 등의 정보를 입수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중견 변호사 A는 이렇게 말했다. “김앤장이 일반 로펌은 아니다. 장·차관을 지낸 고문이 100명 이상 되니 특이한 업무를 많이 한다. 고문들이 지나치게 많아 로비가 많지 않느냐는 비판은 틀리다곤 볼 수 없다.”

 그는 고문 영입 방식에 대해선 “중요한 고문을 영입할 땐 ‘김 박사님’(김앤장 인사들은 김영무 대표 변호사를 이렇게 부른다)이 직접 만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주로 말로 하지 계약서를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 문화가 그렇지 않나”라고 했다.

 다만 김앤장이 일부 변호사와는 지분율 등이 담긴 ‘공동사무소 운영에 관한 기본 약정서’를 체결한다는 게 2013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청문회 때 공개됐다. 당시 의원들이 김앤장에 약정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영업비밀을 이유로 거부했다.

 고위직 출신 고문에게 5억원에 수행기사까지 마련해 주는 건 사실일까. 법조계엔 “장관급은 6억원대, 차관급은 4억원대”란 말이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5대 로펌(광장·태평양·세종·화우) 중 한 곳의 대표 변호사 B는 “공정거래위원장·금감원장·국세청장을 지냈다면 5억원이 넘는다”면서 덧붙였다. “김앤장이 다른 로펌보다 표면상 돈을 더 주긴 한다. 하지만 김앤장은 다른 로펌과 달리 법인카드가 없고 비서·기사, 차량, 세금까지 알아서 해야 한다. 5억원이라면 집에 가져가는 건 2억~3억원 정도다.”

 김앤장에서 일했던 경제부처 출신 인사 C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비서·기사 비용은 알아서 해야 하니 직접 운전하거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

 소속 인사가 입각하면 국회가 관련 자료를 많이 요구해 김앤장이 자연스레 청문회에 관여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2009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윤 장관이 김앤장에서 1년간 6억원을 받고 금감원장 재직 시절 연구 용역 5건을 김앤장에 맡긴 걸 물고 늘어졌다.

 김앤장 출신이 고위직에 있으니 여러 정보를 알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만 박한철 헌재소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정무수석,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 권오창·김학준 전 청와대 비서관을 배출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한덕수·한승수 전 국무총리, 서동원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 ‘퇴직→김앤장→공직’ 회전문 인사는 많았다.

 #장면 2. 신임 고문은 출근 첫날 자기 방과 대표 방을 둘러보고 “송구하네. 대표 방이 이렇게 소박한데”라 한다. 그러자 한정호는 “모든 변호사가 똑같은 방을 사용한다”고 하고, 고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칭송한다. 한정호는 “전용 라운지 한번 가보시죠”라며 화려하게 꾸민 곳으로 안내한다.

 A변호사는 “실제 사무실 크기는 대표나 다른 변호사나 거의 똑같다. 장관급 이상 지낸 분이 소파를 넣고 싶다고 하면 조금 커지는 정도”라 했다. B변호사도 “대형 로펌은 비슷하다. 대표라 해도 1.5배 정도 넓다. 수백 명 변호사에게 방을 주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다. 사무실은 무지 좁으니 외부 인사는 회의실에서 만난다”고 했다.

 로펌마다 내부 카페테리아가 있는 것도 맞다. A변호사는 “큰 카페테리아가 두 군데 있는데 술을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다만 김앤장엔 공개되지 않은 사무실이 많다. 홈페이지엔 광화문 인근 건물 5곳이 공개돼 있지만 실제 사무실은 더 많다는 풍문이다. A변호사는 “실제 사무실이 있는 곳은 9곳”이라 정리했다. “한국 변호사 700명, 외국 변호사 200명인데 변리사·고문 등까지 포함하면 1200명이다. 여기에 비서 같은 스태프를 포함하면 4000명에 육박하는데 공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B변호사는 이런 말을 했다. “최근 김앤장에서 일하다 나온 변호사들이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을 열더라. 법원에서 가까운 강남이 아닌 이유를 다른 사람이 묻자 ‘김앤장 친인척 사건 등 김앤장이 맡기 곤란한 사건을 맡는다’고 했다더라. 거의 계열사라고 봐야하지 않겠나.”

 드라마엔 대표의 비서가 집사처럼 집안일도 처리하고, 비서들은 은밀한 이야기를 할 때 일본말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A변호사는 “회사에서 대표를 관리하는 부서가 대기업 비서실처럼 크다”며 “중요한 이야기라고 다른 언어를 쓰진 않는다. 외국인 변호사가 200명이 넘으니 워킹 랭귀지가 영어일 때는 있다”고 말했다.

 로펌의 검은 민낯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 촬영에 김앤장 인사들이 협조한 까닭은 뭘까. 한 인사는 다른 드라마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개과천선’이란 MBC 드라마도 김앤장이 모델이라고들 했는데 법무장관 인선을 우리가 한다는 식으로 너무 과장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왜곡을 막으려 했을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내년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김앤장이 최근 자문료를 덜 받고 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앤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최근 4~5년간 변호사를 200명이나 더 뽑았는데 일해 보니 능력이 떨어지는 이에게 다른 기회를 주려는 것이지 구조조정은 아니다”고 했다. 김앤장은 해고하는 대신 주는 돈을 깎아 스스로 나가게 하는 문화로 알려져 있다.

 김앤장은 최근 입도선매한 로스쿨 학생이 변호사 시험도 통과하지 못해 ‘국립대 총장 딸이라 뽑은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김앤장 인사는 “학교 성적 등으로 뽑았을 뿐이다. 국립대 총장은 김앤장에서 영향력 랭킹이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S BOX] 김영무 대표 한옥 소유 … “고종 손자며느리가 부친에게 넘겨”

드라마에서 한정호는 현대식으로 개조한 한옥에서 산다. 실제 김영무 김앤장 대표 변호사는 빌라에서 살지만 서울 운니동에 한옥을 소유하고 있다. 일명 ‘김승현가옥’(서울시 민속자료 제19호). 과거 운현궁의 일부로 지금은 외국 고객 등의 식사 대접에 사용한다. 이 가옥을 김 대표가 소유한 배경으론 “부친이 이승만 대통령 주치의였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풍문이 있다. 임종인 전 의원 등이 쓴 『법률사무소 김앤장』엔 이런 구절이 있다. “고종의 손자인 이우와 결혼한 박찬주가 1948년 운현궁 일부인 영로당을 (김 대표 변호사의 부친인) 김승현(1911~1993)에게 넘겼다. 김승현은 종로 낙원동에서 ‘김승현 내과’를 운영했고 미 군정기에 상당한 재력을 쌓았을 것이라고 유추만 할 뿐이다.”

 이를 드라마 관계자들도 염두에 뒀을까. 드라마 세트를 담당한 이철호 미술감독은 본지에 “그런 건 아니다. 대대손손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많다는 설정에서 선대의 한옥을 개조했다고 설정한 것”이라 했다.

 이 밖에도 김앤장을 연상케 하는 설정이 드라마에 많다. 한정호의 며느리가 된 서봄의 가족들은 한정호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는데 검색 화면에 뜬 ‘서울대 법대 졸업, 하버드대 법학 박사’란 이력은 김 대표의 이력과 일치한다. 또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는) 쌍방대리는 오해다. 우리는 법인이 아니라 각자가 독립된 개인사업자들”이란 대사가 나오는데 이 또한 김앤장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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