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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옴부즈맨칼럼

자사 관련기사 줄이고 투명성·객관성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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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앙일보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사 유형을 실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루게릭 환자를 다룬 기사는 편집부터 글쓰기까지 거의 모든 요소가 파격이었다. '깊이보기'는 다른 신문에서는 보기 어려운 긴 기사들을 다뤘다. 석학들과의 대담을 기록한 '21세기를 논하다'는 인류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 중심에서 벗어나 자료를 가지고 정치기사를 쓰려는 노력도 중앙일보를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능한 한 주관을 덜어내려는 편집방침은 한국 언론에 넘쳐나는 정파주의 극복에 꼭 필요한 양식이다. 이러한 장점들은 중앙일보의 선도로 한국 저널리즘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도 최고가 되는데 걸림돌로 보이는 요소가 눈에 띄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나는 중앙일보 스스로가 다양한 모습으로 자사의 지면에 등장하는 관행이다. 2년 전 최일남 선생이 한국 신문에는 '본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고 지적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저널리즘의 생명은 독립성"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독립의 대상에 자기 회사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한 이유로 뉴욕 타임스 등 신문들은 1면에 사고를 게재하지 않는다. 편집국장의 교체 소식도 인사명령이 아니라 취재기사의 형태로 지면에 반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자들의 지식나눔' 활동이나 '위아자 장터' 등 기사의 게재방식은 재고돼야 한다. 미디어 기사나 삼성 기사도 더 객관적으로 취재돼야 한다.

최고 신문이 되려면 또 깊이와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 이번 학기에 학생들과 함께 한국과 해외 신문의 기사를 비교했다. 1면 기사를 봤는데, 중앙일보는 기사당 평균 문장 수가 6.9개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18개, 영국의 더 타임스는 27개였고, 뉴욕 타임스는 평균 길이가 41개 문장이었다. 중앙일보 기사가 지극히 단편적 사실 전달에 그치는 데 비해 영미신문은 매우 심층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명성은 취재원의 활용과 취재원을 어떻게 밝히는가의 문제다. 뉴욕 타임스와 비교하면 중앙일보는 기사당 4분의 1 정도의 취재원을 사용한다. 또 이번 PD수첩과 황우석 연구팀 관련 기사들에서도 드러나듯이 중요한 사안일수록 정체를 알기 어려운 익명 취재원들이 자주 동원된다. 숨어 있는 소수의 제보자들이 공론의 흐름을 조종하게 둬서는 바람직한 여론의 형성이 어렵다. 신문의 신뢰도도 높이기 어렵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