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둔도(鈍刀)는 석불(石佛)에게 강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8강전 하이라이트>
○ . 김명완 7단(한국) ● . 후야오위 8단(중국)

올해 23세인 후야오위(胡耀宇) 8단은 구리(古力).쿵제(孔杰)와 함께 중국 바둑의 주력에 속한다. 이미 6년 전 중국의 신인왕에 오르며 '타도 한국'의 선봉장이 됐다. 그러나 실력에 비해 세계대회 우승이 없는 것은 중국 기사들의 공통점인데 후야오위 역시 국제무대에서 한번도 우승해본 적이 없다.

그의 별명은 둔도(鈍刀), 즉 무딘 칼이다. 기풍이 매우 두텁고 느릿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후야오위가 이창호 9단에게 유독 강한 맛을 보이자(이창호는 삼성화재배에서만 후야오위 때문에 두 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중국에선 이런 말이 나돌았다.

"둔도는 석불을 깨뜨리기엔 제격이다."

장면 1=김명완 7단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왜 백△로 한눈을 팔았을까. 그 미스터리를 뒤로한 채 하변 백진이 일거에 허물어지고 있다. 백은 좌하귀를 일단 잡아둔 상태지만 하변이 갇혔고 중앙이 붕 떴다. 중앙이야 나중 일이라 쳐도 하변을 죽여서는 바로 끝장이다.

104는 악수지만 유일한 탈출구다. 백은 하변과 중앙을 연결해 일단 한숨 돌린다. 그러나 흑도 107부터 죽었던 귀를 움직여온다. 잡아둔 돌이 살아나면 더 무섭다.

<참고도>=104로 백 1로 젖히는 것은 흑 2로 A, B가 맞보기라서 안 된다.

장면 2=후야오위의 장점은 뼈저린 수읽기에 있다. 그 장점이 109, 111의 수순에서 나타나고 있다. C로 귀부터 젖히고 싶은 것이 본능인데 그 걸 놔둔 채 중앙을 끊어 수를 줄인 뒤 113으로 차단하여 전면전을 걸어가고 있다. 귀의 수상전은 어찌 되는 것일까.

115로 끊자 흑 D의 포위도 가능해졌다. 김명완 7단은 이리하여 앞뒤에서 적을 맞이한 형국이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