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수출 고전 "서비스 규제 풀어 신산업 투자 촉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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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질주하던 현대자동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대차가 23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8% 줄었다. 지난 2010년 4분기(1조2370억원) 이후 약 4년 만의 최저치였다. 현대차는 “유로화·루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판매가격이 낮아지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져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물산의 1분기 영업이익도 488억원으로 57% 줄었다. 쌍용차의 경우 전날 발표된 실적에서 3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그간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제조업’ 양대 축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든 곳이 지뢰밭은 아니란 점이다. SK하이닉스는 23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영업이익이 50% 급증한 1조589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경기에 민감한 유통업에서도 감지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분기 매출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엔 6%를 넘을 걸로 기대한다. ‘1%대 저금리’와 ‘저유가’도 기업 투자와 소비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조동근 명지대(경제학) 교수는 “무조건 금리만 내린다고 투자로 연결되진 않는다. 투자 의지를 살리려면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 심리’부터 북돋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주체들이 돌파구를 열 수 있게 멍석부터 깔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한강 반포대교 남단의 전시·회의 시설인 ‘세빛섬’엔 주말마다 1000명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2011년 완공됐다가 정치권 반발과 안전성을 이유로 3년간 폐쇄됐지만 지난해 10월 개장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직접 고용으로만 100개가 넘는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이런 변화를 간파하는 데 무딘 듯하다. 흔들리는 제조업을 대신해 일자리 창출·내수 경기를 견인할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수도권 공장을 규제하는 법만 손질해도 400여 개 기업이 67조원을 투자해 1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지만 제대로 손을 못 댄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같은 전통적 경기 부양책과 별개로 근본적으로 신산업·신시장 창출을 위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희령·김영민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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