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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초음파 검진해? 말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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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에스더 기자 중앙일보 팀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3일에 내놓은 2008~2014년 갑상샘암 진료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특이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갑상샘암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환자는 2008년 10만8000명에서 지난해 30만2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한데 수술을 받는 환자는 2008년 이후 매년 평균 15%씩 폭증하다가 2013년을 기점으로 그 추이가 확 꺾인 것이다. 지난해엔 무려 수술 환자 수가 1만 명(전년 대비 24%) 줄었다. 환자가 느는데 수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이런 배경엔 갑상샘암 과잉 진단 논란이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걱정이 되니까 갑상샘 초음파 검진을 하는데, 막상 암 진단을 받아도 과잉 진단 논란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일단 수술을 미루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30년 새 30배로 폭증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이런 기현상을 보도하며 ‘갑상샘암의 쓰나미(A tsunami of thyroid cancer)’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망자 수를 보자. 연간 300명 정도로 큰 변화는 없다. 완치에 해당된다는 5년 생존율이 99%에 달한다. 과잉 진단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려대의대 안형식(예방의학과) 교수는 “수술해도 살고, 안 해도 사는 상황이니 과잉 진단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자 주변에서도 “대체 갑상샘 초음파 검진을 받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많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은 정부가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1년 반 논의 끝에 지난 3일 갑상샘암 검진에 대한 권고안(의료인용)을 내놨다.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 검사를 권하거나 반대할 근거가 없어 일상적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환자가 원하면 검진의 이득과 위해를 설명하고 검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반 환자 입장에서 검진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복지부 관계자는 “사실상 증상이 없으면 갑상샘 초음파 검진을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국민에겐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이번 권고안도 대한의사협회 학회지에 논문 형식으로 게재해 의사들에게만 알렸다.

건국대의대 이용식(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검진 위해성이 이득보다 크다는 수많은 연구 논문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이도 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권고안을 내놨다. 복지부가 의사들 눈치 보는 데 급급해 국민 건강은 뒷전에 두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새 국민은 속이 탄다.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