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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되려면 개를 닮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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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없이 살면서도 싸움을 피하지 않는 정신으로 서민견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 "늙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 개를 키울 수가 없다" "가끔 신물이 날 정도로 종이신문을 씹는다."

노무현 대통령을 진돗개로 풍자한 캐리커처집이 나왔다. 프랑스의 풍자화가 장 클로드 모르슈완이 그리고 방송인 로랑 제라가 쓴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문학세계사)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코커 스패니얼, 사담 후세인은 불테리어, 오사마 빈 라덴은 하운드 등으로 빗대고 있다.

이 작품집은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출판돼 상당한 화제를 불러모았다. 盧대통령 부분은 모르슈완이 한국판 출간을 앞두고 "한국에서 출판하면서 한국 대통령을 안 실을 수 없다"고 말해 특별히 추가됐다.

盧대통령의 캐리커처는 출판사에서 보낸 진돗개 사진과 대통령 사진을 보고 모르슈완이 그렸고 본문은 출판사가 보낸 초안을 토대로 로랑 제라가 수정해 실었다고 한다. 다음은 책에 실린 주요 정치인에 대한 풍자 글의 요약.

▶노무현 대통령(진돗개)=전라도 진도가 원산지이나 영원한 맞수인 부산에서도 자기 출신이라 주장하고 있어 출신성분이 의심스럽다. 꼬리가 말려 올라간 것이 특징으로 처져 있으면 기가 죽은 것이고, 위로 올라가 있으면 살판 난 것인데 요즘은 잘 때도 꼬리가 위로 말려져 있다 한다.

이 개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짖는 것. 일단 열 받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짖어댄다. 그곳이 남의 집 마당이든 공공장소든 개의치 않는다. 단점은 때와 장소를 가려 짖는 눈치가 모자라 스스로 곤경을 자초하는 데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전미 애견대회에서 결격사항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를 가까스로 따돌리며 '미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애견'으로 선출됐다. 이 대회는 전세계가 개판이라고 인정한 공인대회로 수상자에게는 화이트 하우스가 선물로 주어진다. 전세계가 오존층 파괴로 걱정하는데도 아무 생각없이 여기저기 개똥을 뿌리고 다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시베리안 허스키)=러시안 국립 알코올인 보드카보다 프랑스산 와인을 선호하는 특이한 성향을 지녔다. 이 녀석 앞에서 체체거리거나 재채기를 하면 곧바로 가스총을 발사한다. 그 가스를 한 번 맡으면 바로 골로 가는 수가 있다(체첸 공화국 게릴라가 모스크바 국립극장 인질극을 벌일 당시 푸틴 대통령이 살인 가스의 살포를 허가한 것을 풍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프랑스산 포인터)=자크도 열고 다니는 헛다리 짚기의 명수. 프랑스의 국민견 용맹한 포인터는 포콘느리(Fauconnerie-미친 짓, 개수작을 의미)의 명수로 칭송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재패니즈 시추)= 동그란 얼굴에 리본처럼 곱게 부풀려 올린 파마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이 녀석은 귀엽게 생긴 외모에 비해 옆동네에서는 상당히 과격하고 무례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페키니즈)=세계 견공회의에서 자신의 서식지에 사는 동족 견공의 쪽수가 엄청나다는 것을 무기로 삼곤 했던 조금은 치사한 녀석. 그 많은 무리들이 동시에 발을 동동 구른다면 그 여파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거느리는 견공들의 운동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고 재빨리 세계 트레이닝 기구 WTO(World Training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를 풍자)에 가입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플루토)=애완견임에도 경비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녀석은 '짖어라' 명령만 내리면 앞뒤 안 가리고 짖는다. 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부시를 지칭) 다음으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애완견이다. 이유는 상당히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이영기.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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