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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싸움에 학생들만 멍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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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학교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본질적인 교육현안들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교사들은 물론이고 교육인적자원부 내부에서조차 "교육활동의 보조 수단에 불과한 NEIS 문제에 매달리느라 정작 시급한 교육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NEIS 갈등이 지속될 경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육당국과 교사들이 빨리 본질적인 교육문제 해결에 돌아와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입시지도에도 영향이 미칠까 현실적인 걱정도 많다.

고3 학생을 둔 학부모 崔모(48.여)씨는 "교사들이 양분돼 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수시모집을 앞두고 학교에서 급하게 만드는 입시자료를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기도 안양의 鄭모(40)씨도 "사교육비 때문에 학부모 허리가 휘는 판인데도 학적 기록 방법을 놓고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학생.학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교육 본연의 일을 고민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 朴모(46.여)씨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학생 지도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은 전교조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새 정부 들어서 지금까지 사실상 NEIS 문제에만 매달려 왔다"며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도 한 둘이 아닌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허탈해 했다.

교육부는 현재 지방대 발전 방안.예체능 과목 평가방법 개선안 마련 등 새롭게 시작한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NEIS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 분야 담당 실.국장들도 NEIS 대책회의에 연일 불려다니고 있다.

특히 정부의 최종 방침 결정을 앞두고는 정보화담당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 직원들도 일요일 출근에다 매일 밤늦게까지 남아 NEIS 대책과 관련한 업무를 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교육부의 한 직원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이라서 하기는 하지만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소모적인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경복고의 朴모 교사는 "NEIS든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이든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라며 "빨리 매듭짓고 중요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교육주체가 머리를 맞대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교총 관계자는 "현 정부의 큰 교육 틀을 짜는 교육혁신기구를 구성하는 작업이 다소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NEIS 문제에 가려져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학교현장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시.도교육감들이 교육부의 NEIS 시행 재검토 방침 수용을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당분간 원활한 교육정책 집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김남중.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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