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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제품 66% 가짜 … 간 손상 등 부작용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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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여성 갱년기 건강식품으로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백수오(백하수오)’ 제품 상당수에 원료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2일 서울 도곡동 서울지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를 조사한 결과 21개 제품(65.5%)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섞어서 제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약용 식물인 백수오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분이 있어 폐경기 증상 개선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최근 2~3년 사이 중장년 여성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백수오가 들어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2년 1045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커졌다.

 반면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는 겉모양은 백수오와 비슷하지만 간독성·신경쇠약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부터 아예 식품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소비자원은 “최근 백수오 수요가 급증하자 재배 기간이 짧고 가격은 3분의1 수준인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백수오 시장 1위 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원은 지난달 26일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함께 내츄럴엔도텍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를 수거해 시험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관련 특허를 획득해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을 국내 31개 업체에 공급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바이오벤처로서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주가도 승승장구해 시가총액 9위의 코스닥 대표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로 주가는 7만3700원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내츄럴엔도텍 측은 소비자원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회사 김재수 대표는 “지난 2월 식약처에서 공인된 검사 방법으로 조사를 해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제3의 공인시험기관 시험 결과를 얻을 때까지 백수오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원이 식약처와 조사 결과가 다른데도 잘못된 정보를 유관 업체에 흘려 지난 13일 성남지원에 ‘조사 결과 공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라면서 “오는 29일 심리가 예정된 상황에서 소비자원 측이 일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공표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백수오 부작용 등에 대한 이상 사례 신고가 301건이었는데 그중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사안이 많아 지난 2월 이천공장에 가서 조사를 했다”며 “당시 샘플에선 이엽우피소가 나오지 않았지만 논란이 되는 만큼 정확히 다시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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