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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교육연한 이렇게 본다|사회의 법수요 늘어 연장은 필수적|학부는 그냥두고 사법대학원 증설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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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 국립법과대학협의회가 마련한 법학교육 및 국가고시개선방안은 급변하는 사회변동에 따라 요청되는 새로운 법학교육의 내용과 법조인의 자질향상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개선안이 학계에 의해 제시된 것인 만큼 법조계실무관계자들 사이에는 반드시 찬성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수 있다. 관계부처에 제출된 개선방안을 놓고 학계와 법조계 인사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전국 국립법과대학협의회는 법대학제개편, 변호사수의 대폭확대, 법조실무계와 학계의 교류증진, 법대졸업생의 행정공무원 진출 기회 부여 등에 관한 건의문을 제출하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상기 협의회의 건의는4년간에 걸친 연구의 결과라고 하니 많은 기대를 걸만하다.
법학교육제도의 개선이나 고시제도의 개편에 관한 연구는 총무처를 비롯하여 법원과 검찰, 변호사회 등에서도 많이 행해져왔었고 근자에는 법무부의 법조직능선진화위원회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 이들 기관의 연구 못지 않게 법학교육을 담당하고있는 법학교수들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 한국법학교수회 등에서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경제와 법률, 사회환경은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법학교육은 구태의연하여 이의 개선이 모색되고있는 것은 만시지탄이 있다. 해방 뒤 우리의 교육제도는 6·3·3·4제의 미국식을 도입하였으나 법학교육에 있어서만은 미국식을 따르지 아니하고 일본식을 따르고 있다. 미국식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입학하는 Law School격인 사법대학원을 설치한 적도 있었으나 보수적법조인의 반대에 부딪쳐 일본식인 사법연수원제도로 바뀐 뒤 법학교육은 답보상태에 있다.
그동안 법학교육은 오히려 후퇴한 감마저 없지 않다. 실험대학의 실시로 졸업학점이 1백60학점에서 1백4O학점으로 줄어들어 교양과목이수학점 60학점정도를 제외하면 전공법학교육은80학점정도밖에 못되는 실정이다. 이는 27과목정도인데 이로써는 사법시험과목인 7법정도 밖에는 강의개설을 못하는 실정이다. 오늘날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세법·토지법·공업유소권법·노동법·사회법·경제법·국제거래법·환경법·부동산관계법·상사중재법·저작권법등 새로운 강의는 개설을 못하고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과목을 강의하기 위해서도 법과대학의 교육연한 연장은 필수적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법과대학의 교육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교육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으나 5년제로 해야하느냐 6년제로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외견이 나뉜다. 건의문은 법대를 예과1년, 본과4년으로 할것을 건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로 예과률 2년, 본과를 4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현재와 같이 법대를 4년, 대학원을 2년으로 하여 6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5년제를 건의하였으나 타과의 균형상 실현될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견해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타과와의 균형을 생각한다면 법대4년, 대학원 2년으로 하여 법조실무에 종사하려는 사람은 6년간 법학을 전공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건의문은 의과대학도 예과2년, 본과 4년으로 하고 있으나 법과대학도 연한을 연장해달라고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은 대학원과정으로 3년을 이수하게 하고있으며 졸업과 동시에 MD학위를 주고 법과대학도 대학원과정으로 3년을 이수하게 하고있으며 졸업과 동시에 JD학위를 주고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의 교육연한과 법과대학의 교육연한을 같게 해달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다만 문제는 JD학위를 받은 수많은 졸업생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등에서는 70%이상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졸업생의 5%도 변호사자격을 얻지 못하여 유능한 인재가 사장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무변군을 없에고 국선변호를 실효화할 수 있도록 법조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건의에 반영되고 있다.
법학교육의 목적이 법조전문인의 양성에 있다면 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을 법과대학졸업생으로 제한해야할 것이다. 사법시험이나 행정시험에 자격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의사시험에는 자걱제한을 하고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겠다.
법조인은 사회병을 다스리는 사회성요, 자유와 재산·명예·생명을 지켜주는 점에서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의사에 못지 않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법연수원이 있기는 하나 이것은 의과대학의 인턴과정과 같은 것이요, 법과대학교육이 전문화·직업교육화 되지 않아서는 법조인의 자질향상을 기대할수 없는 것이다. 법학교육을 직업교육화 하고 법조인의 자질향상을 위하여서는 법학계와 법조계의 활발한 교류가 모색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고급행정공무원은 대부분이 변호사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변호사자격을 가진 공무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법조실무와 행정실무를 일원화하여 대학에서 관장하고 있는 주도 많다. 우리의 경우 사법연수원출신이 행정공무원으로 진출하는 것은 극히 희귀한데 법조자격자의 행정공무원유치에도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법치행정을 위하여서는 법률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행정시험과목에 법률과목이 적어 법대생들의 진출을 막고 있는 감이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법률직행정공무원시험이 있어 이 직군은 사법시험과 같이 법률과목만 응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일반행정은 법률과목을 중심으로 시험과목을 개편해야 할 것이요, 그래야만 국가패소율을 낮추어 국고손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전국 국립법과대학협의회의 건의가 도화선이 되어 법학교육개선, 법조직능확대, 법치행정충실화, 법학계와 법조계의 교류증대 등 논의가 활발해져 제도개혁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선진조국의 건설은 법학교육의 선진화, 법조기능의 선진화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겠으나 세계의 진운에 뒤떨어지지 않는 법조양성을 위한 제도개혁은 초미의 급선무임을 깨달아야 하겠다.
일본제도를 받아들여 50년 간이나 답습하여온 우리 법학교육은 교양법학의 수준으로 시종하고 극소수의 고등고시합격자만이 판·검사·행정관으로 진출함으로써 그 전공을 살리는 정도로 안주하여왔다. 여기에 미국식 교육학의 영향이랄까 실험대학운영으로 1백4O학점, 그것도 법학과목은 단지 4O학점만 이수하여도 법학사학위를 받을수 있는 현실까지 되었다.
현재 50개 대학에 법학과가 있으며 법대생은 1만5천명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판사·검사·변호사등 법조인은 통틀어 2천명정도이며 예비법조인인 사법연수생·군법무관을 다 포함하더라도 3천명을 넘지 못한다. 이런 실정에서 우리 법학교육의 목적을 법조직업교육에 두어야 할 것이 아니냐하는 논의는 제쳐 둔다 하더라도 현하의 이수학점체제로는 법학교양마저도 제대로 교육시킬수 없다는 법학교수들의 절실한 문제의식이 이번 법과대학(국립)협의회의 건의에서 시의적절하게 반영된 것으로본다.
법률소양을 습득하기 위하여는 상당한 양의 기본과목이수가 필수적이고 급변하는 사회발전과 변동에 따른 새로운 법률관계의 교과목신설이 불가피하므로 적어도 법과대학에서는 이수학점을 1백60학점이상으로 조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사려 깊은 지적이라 하겠다.
다만 법과대학의 교육연한을 일률적으로 6년(잠정적으로 5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연혁적·비교법적으로도 법조직업교육에는 신학·의학과 마찬가지로 장기간의 수학·수습이 요구되어왔고 이는 법이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다룰뿐 아니라 국가·사회의 기본질서를 가늠하게 해주는 것이기에 실로 당연한 이치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육의 목표를 바로 법조직업교육에 둘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우선 우리 대학교육의 전반적 상황과 관련시켜 볼 때 유독 법학에만 전문직업교육의 이념을 관철할 수 있느냐의 의문이 있다. 실제로 대학의 모든 학파가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으며 교수·도서·시설의 양과 질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은 바로 전문직업교육을 뜻한다고 할 서독에 있어서는 대학입학을 13년간의 인문교육과정(교양과정포함)을 거쳐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만으로 제한시키고 법정연한은 4년이되 실제는 평균5년씩이나 걸려 이론과 실무를 아울러 익힘으로써 대학졸업학위(Diplom)를 수여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대학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학·교수·연구소의 수준과 대우가 고루 높게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 대학교육은 아직도 양적확대에 급급하여 고등교양교육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전문교육은 미국식대학원교육으로 미루고 있는 샘으로 전체적으로 조직적이지 못하고 수준은 고르지 못하다.
다음으로 법대생에게 특별히 장기의 교육연한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마치 의사와 마찮가지로 소정의 이수자 전원에게 법조자격을 인정해주어야 할 것인데 이것이 우리의 법조수요와 일치하기 어렵다.
현재 연간 2천5백명정도의 법대졸업생수에 비해 사법시험합격자의 수는 최근에 늘려 3백명인데 법조인확대의 명분론에도 불구하고 질적저하와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현실론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에 적응하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기로 하고 여기에 우리법조직역의 이법과 현실을 감안한다면 교양교육과 법조직업교육의 양면을 적절히 조화시킨 다음과 같은 제안 (김철수교수「한국법학의 현대적과제」)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법학교육을 현재의 교양1년, 전공 3년 방식 그대로 두되 법학지망생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교양과정은 계열별 모집으로 하고 전공과정의 교과목선정에 법조유관기관의 의견이 반영되고 그 교육내용을 확충·내실화하고 국가졸업시험에 합격한 경우에 한하여 법학사 자격을 수여, 일정한 준법조자격을 준다.
법학사중 일정인원을 법조양성기관으로 기능할 2, 3개의 사법대학원에 입학시켜 2년간의 법조교육을 시키되 실무수습 외에 다양한 외국관례를 강독하고 법률구조 역할을 담당케 하며 국가졸업시험 합격자에 한하여 변호사자격을 부여한다.
그중에서 선발한 판·검사요원에 대하여는 사법연수원 또는 법무연수원에서 일정기간 추가교육을 이수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조교육구상은 서독 법과대학의 국가시험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미국법과대학원과 현존의 사법연수원의 장점들을 상호보완하는 셈이라 하겠다.
특히 단일 아닌 몇 개의,관이 아닌 대학원이 법조양성기능을 담당함으로써 법조의 획일화·관료화의 우려를 덜어줄 것이다.
일반 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한 법학사에 대하여는 변리사·세무사·관세사·사법서사·변호사보조·공인중개사 등의 각종 법률직의 자격을 일정과목의 합격만으로 부여하거나 그 응시 자격을 법학사에 한정하는 방법이 고려될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민주행정의 이념이란법치행정과 사법적구제로 구현되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행정관의 법률소양이 요긴할 것인즉 그간 법률과목의 비중이 지나치게 약화된 행정고시과목에 관한 재조정 건의는 특히 진지하게 검토될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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