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열 논란 코스닥 '경고 3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코스닥시장의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인터넷주에서 시작된 상승열기가 다른 종목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등한 주가가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코스닥의 과열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코스닥 열기에 가려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만 찬밥 신세=코스닥에선 최근 '웹젠 특수'가 화제다. 웹젠이 지난 23일 첫 거래일 이후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한빛소프트.위자드소프트.소프트맥스 등 게임주들도 일제히 동반 강세였다.

일부 증권사는 '시장 장악력이 있는 선두 업체로 매매를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이에 비해 '게임 황제주'로 불리던 엔씨소프트는 22일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긴 뒤 27일까지 주가가 3.8%나 떨어졌다. 엔씨소프트의 펀더멘털이 나쁜 것도 아니다.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지만 1백22억원의 흑자를 냈고,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이 27%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탄탄하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부진한 코스닥 게임주들마저 주가가 오르는 판국에 엔씨소프트만 약세를 보이는 건 거래소 이전에 따른 '역차별'이나 코스닥 과열의 징표로밖엔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주 뛰자 저가주도 급등=코스닥시장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최대 주주 변경 소식만으로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오르는 종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바른손은 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의 부인인 탤런트 출신 오현경씨가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에 26일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넷컴스토리지도 최대 주주가 변경된 뒤 26일 상한가로 뛰었다.

우리증권.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3월 17일 반등기 이후 26일까지 주가가 1백% 오른 종목이 70개나 되고, 최근 상한가 종목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증권 송창근 연구원은 "코스닥에서 실적 호전 등에 따라 주가가 탄력을 받을 만한 업종은 인터넷과 액정박막표시장치(LCD) 등에 불과하다"며 "일부 종목은 시장분위기에 편승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가주의 경우 단기 재료를 바탕으로 오른 뒤 급락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비젼텔레콤.피코소프트 등 지난 1, 2월에 급등한 저가주들도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오를 만큼 오른 체감지수=코스닥지수는 반등하기 시작한 뒤 27일까지 36%가량 올랐다. 그러나 코스닥지수는 시가총액 상위사의 주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상승 정도를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최근 개별 중소형주들이 코스닥 상승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 한양증권이 반등 이후 코스닥지수보다 더 오른(상승세를 주도한) 업종들의 평균 상승률(59%)로 체감지수를 계산한 결과, 코스닥지수는 현재 47선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최저치(3월 17일)인 34.64포인트에서 59%의 상승률을 적용하면 코스닥지수는 이미 55선에 이른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 서형석 연구원은 "실제지수와 체감지수 간 괴리가 큰 만큼 주가 하락을 대비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