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성인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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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에 4박5일 동안 머무르며「평화의 복음」을 전한 교황「요한·바오로」2세는 7일 상오 김포공항을 떠나 다음 순례지인 뉴기니로 향했다.
교황은 6일 방한행사의 절정인 103위 성인 시성식을 서울여의도에서 4시간 동안 집전, 한국천주교회를 세계 속에 증거했다.
교황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명동성당 참배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대회 겸 시성식 ▲전국 사목회의 ▲전통종교·기독교지도자와의 만남 ▲젊은이와의 만남 등 6개 행사에 참석했다.
방한 나흘째인 「증거의 날」에 선포한 교황 복음내용의 골자는 『찬탄스러웠던 순교성인들의 뒤를 따라 계속 그리스도의 삶을 증거해 달라』는 것.
교황은 여의도시성식 강론을 통해 『오늘 시성되는 성인들은 피로써 그리스도의 신앙을 증거한 여러분의 조상』이라고 말하고 『봉사와 희생·죽음까지도 내주며 그리스도를 증거한 선인들의 전통을 새롭게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1백만 군중이 운집, 엄숙한 분위기 속에 한국천주교 2백년을 기린 교황 집전 신앙대회는 김수환 추기경의 시성청원-성인략전낭독-교황의 시성선언-강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교황은 미사예절 집전 후 예정에 없는 즉석 연설을 통해 『한국의 선진화된 질서에 새삼 감탄했다』 고 말하고 빈틈없는 행사준비 요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교황은 제단을 떠나기 아쉬워하며 『한국에 있고싶다』고 우리말로 『감사합니다』『정말 기쁩니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시성식에 앞서 상오8시 명동성당을 찾은 교황은 김영삼씨 등 재야인사 40여명을 만났다.
이 만남은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전통종교 지도자와의 만남에는 김대산 종법사(원불교) 등 천도교·대종교·유교대표 12명이 참석했고, 기독교지도자와의 만남에서는 한경직·강원룡 목사 등 15명의 대표가 교황을 만났다.
하오 7시15분부터 장충 체육관에서 2시간동안 가진 「젊은이와의 만남」에는 근로청소년·학생 등 각계 각층의 젊은이 6천5백 명이 참석했다.
교황방한 19개 행사 중 유일하게 「대화」를 가진 이 행사는 5명의 젊은이가 교황에게 학원·노동문제 등에 대해 질문했다.
교황은 『젊음이 갖는 특유의 고민이 있게 마련이다』고 말하고 『악을 악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해 싸우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된다』 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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