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황알현통해 영생믿게 됐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폭력의 상처를 사랑의 손길로 쓰다듬었다. 그 사랑의 손길따라 영생은 믿음으로 피어났다.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 상처받고 고뇌하는 겨레의 가슴속으로 갖추어 든 로마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역사적인 방한 첫날 한국천주교의 성지 절두산성당에서 미얀마 아웅산폭발참사의 희생자가운데 천주교신자인 유가족5명을 만나 위로와 강복을 내렸다.
"교황을 뵙고 나서 영혼의 부활을 확신했어요. 한걸음 한걸음씩 제앞으로 다가서는 교황성하를 뒤따라 남편이 살아돌아오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교황께서 위로와 축복의 말을 건네며 제손목을 잡고 하얀 묵주를 쥐어주는 순간 말로 할 수 없는 위안과 감격이 온몸을 뜨겁게 휘감았어요. "
교황'요한 바오로'2세의 첫참배지가 된 절두산성당에서 교황을 직접 알현하고 묵주를 선물받은 뒤 무릎을 끓어 교황의 손에 입맞추며 눈물을 쏟았던 고김재익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부인 이순자교수(46·숙명여대도서관학과·서울반보동 신반포한신1차아파트20동301호)는 교황과의 만남이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무리 긴세월이 흘러도 결코 떨굴 수 없는 영원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교황으로부터 '감격에 떨며 '받은 묵주를 거실책장에 마련된 남편의 영정앞에 바치고 고인의 영생을 기도했다.
이 묵주는 은으로 된 십자가에 팥알만한 흰 유리알 50개로 만들어진 것.
이씨와 함께 교황을 알현한 아웅산암살폭발사건의 희생자 미망인들은 모두 5명. 이교수를 비롯, 고서석재전부총리부인 유수경씨(44)와 고강인희전농산차관부인김긍자씨(50), 고이재관전대통령공보비서관부인 이영수씨(38), 고이중현 전동아일보사진부기자부인 강민선씨(36)등으로 모두 천주교 신자들.
"교황방한 1주일전쯤에 문공부 종무국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교황방한 전날인 2일에는 절두산성지의 행사책임자인 박희봉신부(절두산성당기념박물관장)를 찾아가 배경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미망인들은 교황을 직접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박신부는 이같은 뜻을 김수환 추기경에게 전달, 이날 성당의 신자석 맨앞줄에 이들을 앉게 하고 강복의식을 마치고 제대계단을 내려오는 교황에게 김추기경이 영어로 일일이 소개했다.
"예정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도착한 교황께서 일정이 바빠 다른 절차들이 생략됐는데도 우리에게 이 같은 기회를 주셨으니 이보다 더한 감격이 어디 있겠습니까. "
이씨가 가까이에서 본 교황은 인간중에서는 가장 고귀한 정신을 가진분으로 깨끗하고 인자하며 성스러운 인상이었다는 것.
특히 나이에 비해 정력적인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의 영세명은 '바올라'. 천주교신자인 고 김비서관과 23년전 결혼하면서 천주교를 믿기 시작, 남편의 영세명 '바오로'의 여성이름을 택했다. 김비서관은 누님한사람이 수녀가 됐을만큼 독실한 가톨릭 집안.
현재 고 서부총리의 부인 유씨와 함께 천주교 반포교회에 다니고 있다.
비극의 아웅산암살폭발사건은 다시 되새기가 싶지 않으나 "엄청난 일을 당하고도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이상할 지경피지만 훌륭한 하고 가신 분들의 유족이라는 책임을 느끼며 산다"고 말하고 교황의 한국방문으로 아웅산사건·KAL기피격등 무자비한 폭력 때문에 짓밟힌 인류의 평화가 회복되어 진정한 평화의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고도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