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귀는 '양패'로 살아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9국
[제4보 (51~61)]
白.金主鎬 3단| 黑.李世乭 7단

작은 물길 하나가 큰 강의 흐름을 바꾼다. 아주 작은 수순 하나가 바둑판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우하에서 흑51로 잇고 백52로 끊어간 것은 예정코스처럼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56에 젖혔을 때 이세돌7단은 태연히 손을 빼고 멀리 좌상으로 날아가버렸다.

우하 55와 56, 그리고 흑의 손빼기에는 깊은 수읽기가 내포돼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조훈현9단이 가볍게 한마디 던진다. 52로 끊기 전에 A로 몰아둬야 했다는 것. A의 단수는 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흑 완생의 수순='참고도1' 백1로 파고드는 수는 최선의 공격. 그러나 백3은 소탐의 수로 흑4로 두점을 버려 귀의 흑은 완생이다.

▶양패의 수순=백에겐 '참고도2' 1로 젖히는 수가 최강의 공격이다. 흑도 후퇴하면 죽는다. 오직 2로 단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 때 3으로 끊으면 패의 형태. 그러나 흑에게도 대책이 있다. 즉 4로 키워죽여 백의 삶을 방해한 다음 6으로 집어넣는 수다. 6의 패와 B의 패, 두 곳이 패에 걸려 소위 '양패'다. 귀의 백은 살아가지 못한다. 바로 이 양패를 확인하고 이세돌7단은 손을 뺀 것이다.

▶제3의 길='참고도3'을 보자. 만약 백△와 흑▲가 교환돼 흑의 뒷공배가 채워져있다고 가정하자. 이 때는 패싸움을 하다가 백1로 잇는 수가 성립한다.

흑2로 해소할 때 3으로 잡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7단의 손뺌, 그리고 조훈현9단이 실전보 A의 단수가 필요했다는 언급에는 이렇게 복잡한 수읽기가 얽혀 있다.

실전은 흑57로 육박하자 아래쪽 백세력이 곤마로 변한 느낌이다. 실리를 내주면 그 껍데기가 가끔 이렇게 공격대상이 되곤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