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전래 200년·교황방한 때 맞춰 천주교소재 소설 출판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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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된지 200여년이 되었다. 기독교의 전파는 외래종교로서의 충격과 새로운 문화의 유입이라는 측면, 또 개화기의 역할등으로 우리 근세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전파과정에서 많은 순교자를 낸점에서 보이는것처럼 숱한 시련과 종교적·인간적 갈등의 기록을 갖고있다. 이같은 우리나라에서의 기독교는 작가들에 의해서 충분히 소설화될수 있는 소재의 보고였으나 지금까지 이에대한 본격적인 소설이 나오지 못했다.
최근들어 교황의 방문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하나의 촉매작용이 되어 한국 기독교사의 중요한 인물·사건에 대한 소설이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것은 우리 소설문학의 폭을 넓히는것으로 주목할만하다.
장편으로 발표되고 있는 최근의 기독교 소설로는 이병주씨의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소설 김대건』, 정연희씨의 『양화진』, 박수원씨의 『새남터』등이다.
이씨의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는 한국 가톨릭사상 최초의 사제 순교자이며 한국천주교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는 김대건신부의 삶과 종교를 쓴것이다. 이씨는 이 작품을 위해 미리내의 김대건신부 묘소등 주변에 대한 현지취재를 많이한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 소설을 쓰면서 『이인물은 천주교인 이외의 사람에게도 알려야 한다.그것은 그가 천주교를 의해 순교한 사람이기전에 이상적 인간형으로 민족사에서 꼽힐만한 인물로 생각되었기 때문』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씨는 욕심 같아서는 김대건을 핵으로 하여 그 주변을 자유롭게 그림으로써 민족의 애환에 밀착될수 있는 소설을 꾸며보고 싶었지만 성인의 품에오른 인물을 함부로 다룰수 없었던 것과 가톨릭 교회의 금기등으로 소설로서 부족한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소설은 1만리를 걸어 마카오까지 왕복했고 목숨을 걸고 한만국경을 넘나들며 포교에 힘쓰고 끝내 새남터의 이슬로 사라진 파란만장한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 그려졌다.
정연희씨의 『양화진』은 「문학사상」 5월호부터 연재되고 있다. 양화진 묘지에 있는 신교선교사들의 이땅에서의 삶이 어떤의미를 지녔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정씨는 그들이 어떻게해서 이땅에 왔는가, 그리고 이곳에서의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하는 인간적인 내면을 그리려하고 있다. 또 기독교가 우리문화·사회에 어떤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볼 생각이다.
박수원씨의 『새남터』는 1839년 기해년 천주교 박해를 그리고 있다. 「모방」·「싸쓰땅」·「앵베르」 주교등의 순교를 통해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박씨는 기해박해의 배경속에 당시 세도세력간의 다툼이 있었다는것을 밝혀내면서 정치적 상황의 희생물이 된 초기 천주교의 역사를 재현한다. 『비교적 자료에 충실한 기술』을 했다고 말하는 박씨는 그러나 소설적 구성을 위해 천주교를 박해한 측의 남자와 천주교를 위해 순교하는 여자의 관계를 설정하여 그들을 통해 수난의 전모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 대해 문학적 평가는 아직 나오기에 이르다. 종교적 인물·사건을 다루는 어려움이 따르는만큼 더욱더 문학적 완성과 깊이가 있어야하 한다. 우리 기독교 2백년을 다루는 무게있는 작품이 기대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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