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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꼭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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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흉악 범죄가 늘어나면서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가정 파괴범에 대한 사형선고가 있었고 공개처형을 요청하는 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공개처형이 흉악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면, 공개 처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법률상 공개처형이 금지되고 있으니 공개처형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형벌이란 응보여야 하느냐 교육이냐 하느냐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동해반복의 응보야말로 정의관념에 적합한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살인자는 사」라는「탈리오」의 원칙은 고대 형벌사상을 지배해 왔다. 근세에 와서 응보는 형벌을 복수와 동시 하는 것으로 비합리적인 것이며 형별은 범죄자에의 응보여서는 안되고 범죄의 예방이나 범죄자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인 제도여야 한다고 하였다.
형벌의 목적을 위하에 의한 범죄예방에 있다고 보고 형벌은 무거우면 무거울 수록 예방적 효과를 가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일반인들은 대개 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엄형에 처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은 걸핏하면 특별법을 만들어 범죄를 추가하고 형벌을 가중해 왔었다. 이 입장은 공리주의적 형벌론 내지 사회 방위론의 입장인 것 같다.
형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사형이다. 사형이 외국에서는 폐지된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날로 추가되고 있다

<세계 추세에 역행>
군형법과 형법 등이 절대적 사형제도를 도입했는가 하면 범죄단체조직·뇌물수수·마약사범·부정식품 치사상 등에 이르기까지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살인범이라든가 국사범을 제외하고는 사형선고가 없었는데 이제 가정환경범에까지 사형이 선고되었다.
강도강간범과 같은 파렴치범을 극형에 처단하는 것은 국민감정에도 영합될 수 있다. 그런데 2천만 원 이상의 뇌물을 제공한 공무원에 사형이 선고된 예를 듣지 못했으며 더더구나 1천9백만원 이상의 뇌물을 제공한 외국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일은 없다.
사형이란 극형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하용으로 장식품화 하고 있다. 사형을 구형해야할 검사나 선고해야할 법관들이 극형인 사형제도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실이지 사형이란 인간의 생명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법관들도 이 점을 알면서 위헌을 선언하지는 않으나 사실상 통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형이라는 극형이 무기형보다 예방 적인 효과가 있는가도 문제된다. 범죄인중에는 무기형을 살기보다는 자살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오, 무기징역형을 사형보다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형벌의 목적이 교육에 있다면 사형은 그 목적에조차 위배되는 것이다.

<벌금은 일당 따라>
사형을 폐지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사형을 없애면서 더 큰 위하를 가하여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무기징역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언젠가는 가석방되거나 감형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일반범죄자중 종신 징역을 산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를 일이다.
그동안 무기수들도 많이 석방되었기 때문에 범죄인들이 무기형은 두려워하지 않는데 반하여 감 호 처분은 중단되지 않기에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와 같이 범죄인에게 각 범죄에 대한형을 합산하여 2백년형, 3백년형을 선고함으로써 위하의 효과를 거두는 것도 한 방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기 자유형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단기로 교도소에가 있는 경우 범죄수습을 받게 되며 전과자로 낙인찍혀 사회복귀가 어려워 재범이 많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단기자유형에 대체하여 재산형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벌금형을 부과함으로써 경제적으로 범의 를 위축시켜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벌금 액을 평등하게 부과하는 경우 실질적 평등에 어긋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근로자에게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면 부담이 커서 환형하여 구류를 살지 않으면 안될지 모르나 경영주에게는 하루저녁 술값밖에 안될 것이기 때문에 예방적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하겠다. 서독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일할제 벌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쌍방 과실에 의한 충돌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두 사람에게 똑같이 1천일분의 벌금형에 처하고 일당 벌금액수는 범죄자의 일당 수입에 따라 결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경우 액수상으로는 차이가 나지만 그주는 처벌효과는 같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평등원칙에 합치된다고 하겠다. 공무원 범죄나 중산층범죄의 경우 이러한 일할제 벌금을 물리면 예방효과도 높아질 것이오, 국고수입도 늘어나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범죄는 엄벌에 앞서 반드시 검거하여야만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피해자엔 보상을>
방범당국은 범죄의 예방책을 강구하되 죄를 지은 범죄인은 꼭 검거된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범죄 신고율이 높아지도록 피해자 보상을 해주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응보라는 정의의 요정도 무시하지 말 것이며 일반예방·특별예방·교육 등 목적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법무부는 행형 제도개선·보호 관찰제도확충·갱생보호제도활용·형법개정등을 통하여 범죄의 예방과 범죄인의 교화에 노력할 것이라 하는바 형벌의 인도화에의 세계적 추세에 따르게 되기를 바란다.
범죄 없는 마을운동이라든가 시민의 자체방어를 통한 범죄예방도 필요하며 범죄의 의욕을 유발하지 않도록 작자는 자중하여야할 것이오, 범죄가 일어날 환경적 요소도 제거함으로써 형벌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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