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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칼럼] 반퇴시대의 5대 필수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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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선임기자

한국은 2018년부터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먼 것같지만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13%안팎에 이르고 있는데 3년 후에는 더욱 가시화된다고 보면 된다.

이 같은 고령사회는 60세에 퇴직해도 30년의 여생을 보내는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퇴직은 곧 은퇴를 의미했다. 현역 시절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다가 여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제는 환갑이 지나도 30년을 살게 된다. 그래서 반쯤 퇴직하고 반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반퇴시대의 생존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누구나 미래를 걱정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 처리에 급급하다.

그러나 반퇴 준비라는 게 알고 보면 평소에 조금씩 해두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이것저것 복잡하고 불확실한 것은 다 제쳐두고 확실한 것만 해두면 반퇴는 절반쯤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반퇴시대를 위한 5대 필수품 장만하기다. +α는 개인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더 붙일 수 있다. 버킷리스트에 무엇을 담을지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반퇴시대 필수품 1호는 '가족 챙기기'

첫째 필수품을 무엇으로 정할지도 개인적 우선순위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전제로 5대 필수품 가운데 첫째는 당연한 얘기 같지만 가족 챙기기다. 거의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가려면 나중에 남는 것은 가족밖에 없다는 말을 더욱 실감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가족이 말처럼 가족답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마다 모두 바쁘다.

학생을 방황하거나 공부하느라 바쁘고, 부모는 나름대로 일 때문에, 사회생활 때문에 가족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초로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거동이 불편할 때까지 침상에 누워 연명하고 있는 고령자가 많다. 그런데 가족과 평소 서먹하게 지내서인지 대화가 원활하지 않아 사망할 때 여생 내내 말벗이 돼준 도우미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족 생활이 원만치 않았음을 방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반퇴시대에는 오히려 가족과 대화를 늘리고 장거리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자세로 가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같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했다는 의미다.)

반퇴시대 필수품 2호는 나만의 보금자리

둘째는 가족이 지낼 영구적 보금자리 마련이다. 즉 집을 소유하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에서는 집이 투기 수단이 된 역사가 길다. 뛰는 집값을 잡기위해 역대 정부가 빠짐없이 부동산시장과 씨름을 벌여 번번이 패배했을 만큼 부동산시장은 침체보다는 상승했을 때가 더 많다. 이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택 투자가 더 이상 재테크의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틀리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고 했지, 자가 주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부동산은 어디까지나 희소성이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부동산은 극심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오히려 가랑비 옷젓듯 조금씩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부동산은 분위기가 조금만 살아나도 변동성이 크다. 이미 서울 강남에서는 체감적으로 과거 정점 때의 90%를 웃도는 수준까지 가격이 회복됐다. 이 여파가 강북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지방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퇴시대에 자가가 필요한 이유는 훨씬 길어진 가족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집을 자주 사고팔아서 시세차익을 얻는 시대라면 자주 이사를 가면서 재테크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다. 달리 투자 기회가 있거나 이사갈 이유가 없다면 굳이 집을 옮길 필요가 있을까. 한 곳에 지긋이 오래 살아야 안정적인 삶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집은 노후에 주택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금으로 쌓아둔 연금이 부족하다면 집을 맡기고 평생 월급처럼 연금을 받아쓰고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자가는 1석 3조(가족의 허브, 인플레이션 방어, 주택연금 제공)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퇴시대 필수품 3호는 연금 쌓기

셋째는 말 그대로 연금이다. 특히 공무원이 아니라면 국민연금은 액수가 많지 않으니 소득이 있을 때 사적 연금을 가입해놓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연금은 IRP를 포함해 700만원 한도로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넷째는 재취업 준비다. 60세 퇴직 이후에는 한 달에 100만원만 벌어도 큰 돈이 된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다. 올해부터 해마다 80만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재취업 기회는 낙타바늘구멍 만큼 좁다. 평소 준비된 사람들만의 몫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는 친구들 네트워크일 수도 있고, 취미생활일 수도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악기 하나를 50대가 끝나기 전에 배워두는 것도 노후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반퇴의 성공은 이들 필수품 조합의 함수라고 할 수있다. 이를 공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반퇴시대의 성공(success)=F(가족, 보금자리, 연금, 재취업 또는 소일거리, 친구네트워크 또는 취미+α)’. 건강 관리는 영순위 필수품이다.

김동호 경제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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