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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해외 도피? … 1박2일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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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일 일본으로 떠났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오후 귀국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인가” “일본은 왜 갔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공항을 떠났다. [강정현 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본으로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 ‘도피성 출국’ 논란이 벌어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9일 낮 12시35분 김포공항에서 전일본공수(ANA) 864편을 타고 일본 하네다공항으로 출국했다. 김 전 실장 측 관계자는 “부인의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에 간 것”이라며 “오래전 병원에 예약을 해 뒀던 일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 부부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일부 승객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양반은 왜 도쿄에 가지?”라는 글을 올렸다. 또 김 전 실장의 휴대전화에서 “해외 로밍 중”이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자 20일 오전 일부 언론은 도피성 출국 의혹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일본행을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8명의 (성완종) 리스트 인사에 대해 설사 출국금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인사들이) 출국했다면 검찰에 의혹과 비난이 있을 것”이라며 “모든 수사를 언론이 먼저 하고 검찰이 뒷북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20일 오후 6시45분 일본항공(JAL)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은 가라앉았다.

 그래도 미묘한 파장을 남겼다. 검찰이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검의 한 간부는 “해외 도피 가능성이 거의 없는 피내사자라 하더라도 출국금지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수사팀이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실장에 대해 ‘봐주기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장관은 법사위에서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필요한 때에 정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수사팀이 현 단계에서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해명만 내놓았다.

글=허진·김백기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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