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소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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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특별소비세율을 조정하기 위한 관계당국간의 협의가 진행중이라는 것은 물가·경기·산업 정책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닌다.
상공부는 우선 산업 정책적인 견지에서 현행 특소세 체계의 불합리성을 지적, 주무부처인 재무부에 구체 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
상공부의 의견으로는, 과거 고급사치품이라고 해서 고율의 특소세를 적용한 품목 중 이마 소비가 일반화 한 것도 있고 관련 품목간의 세율불균형으로 가격구조를 왜곡하는 부문도 있으며 고율의 세금이 국내가격을 올림으로써 밀수, 부정거래를 조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품목별 특소세를 인하하여 국내 산업활동을 자극하고 불필요하게 파생되는 부작용을 막자는 제의다. 이에 대한 재무부의 견해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상공부의 조정안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은 우선 인정해야할 것이다.
조세정책이 국내의 물가, 경기를 이끌어 가는 주요정책 수단의 하나라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한 정책 목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설정된 특소세는 시행 당초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건전한 소비풍토를 조성한다는 명분에 밀려 조세기능이 경제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 평가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성립된 조세체계는 경직화한다는 조세 속성대로 특소세 대상으로 선정된 품목은 산업구조의 변화나 소비형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별로 조정되지 않았다. 물론 82년에도 품목별 세율조정이 있었고 최근에는 오디오제품에 대한 세율인하가 있었지만, 특소세 체계자체는 큰 변동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상품목은 지난 77년이래 대부분 그대로 지속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공부의 조정안을 계기로 우리가 제의하고 싶은 것은 품목별 세율인하 작업에 앞서 특소세체계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그 동안의 산업구조 고도화, 소비패턴의 변화, 소득의 상승에 맞추어 특소세를 부과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품목은 대상품목에서 제외하고 지나치게 고율로 책정된 세율도 전반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우리의 산업정책에도 부합된다. 왜냐하면 특소세는 산업정책과 모순되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처음부터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산업이 갖는 전후방 효과와 수출산업으로의 육성을 고려, 한쪽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특별소비세를 10∼40%씩 매기고 있다.
산업육성과 고율의 세금과는 확실히 모순되는 성질의 것이다. 또 컬러TV는 국내 시판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이로 미국에서 덤핑판정을 받아 시비가 일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28% (14인치 로터리 식)의 특소세가 붙어 가격이 비싼 한 요인을 만들고 있다.
컬러TV가 사치품이냐, 일반가정의 필수품이냐 하는 판단도 문제지만 고율의 특소세는 얼마든지 재고해야할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밖에도 특소세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은 많이 있다. 국내 물가를 더한층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고율의 특소세 율은 내려야하고,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특소세는 조정되어야한다.
경기호전으로 세수도 증가하고 있는 요즘이 특소세를 고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다. 특소세의 세수에 매력을 느낄 이유도 근거가 박약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우리와 같은 입장에 있는 신생 산업국가 (NICS)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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