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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홀리는 '가출 사이트'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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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통장 만들어 주실 분. 고가매입합니다(미성년자 환영)'.

'작은 심부름으로 500만원 버실 분. 18세 이하만 메일 줘요(주민등록번호.나이.지역 등)'.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11일 공개한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의 '청소년 가출' 관련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가출 청소년을 상대로 각종 범죄를 유혹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최근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출'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지난달 말 집중 검색한 결과 '가출한 십대들의 모임''가출카페' 등 9개의 관련 카페가 나왔다. 이들 카페는 '가출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첫 화면에 써놨지만 실제로 게시판엔 청소년의 가출을 조장하거나 각종 범죄를 부추기는 내용을 담은 글이 이어졌다.

이 중 청소년들에게 "본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주면 돈을 주고 사겠다"는 이른바 '대포 통장'과 '대포 폰'범죄를 제안한 내용이 6개 발견됐다. 이들은 "5만~30만원을 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박 의원은 또 다른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도 "대포 통장 만들어 드립니다. 개당 5만원" 등의 대포 통장 거래 관련 글들을 10여 개 찾아냈다.

대포 통장.대포폰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만들어 실거래자를 확인할 수 없는 통장과 휴대전화로 주로 범죄에 이용된다.

가출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요구하는 내용도 19건이 이들 카페에 올라왔다. '저와 동거하실 여자분 하루 10만원 드릴게요. 나이는 13~18까지만' '잠잘 곳 찾는 여자분만' 등이다. 가출 여학생들이 카페를 통해 성매매를 제의하는 글도 7건이 나왔다.

박 의원은 "가출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여학생은 성매매, 남학생은 형법상 사문서 위.변조에 해당하는 대포통장 거래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실정"이라며 "돈이 궁한 아이들이 당장 불법 행위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장차 사회의 사각지대를 헤매며 발생시킬 사회적 비용도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출 관련 카페들은 또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다른 아이들까지 일탈 행위에 동참하도록 부추기는 기능도 하고 있다고 박 의원 측은 밝혔다. '같이 다닐래' '재워줄까' 등 코너들이 마련돼 있으며 가출할 일행을 찾는 게시글도 41건에 이르렀다. 이 밖에 ▶'도리도리'같은 신종 마약 거래를 제안하는 내용▶은행 계좌 세탁 의뢰 글 등이 확인됐다.

박 의원이 경찰청.국무총리 산하 청소년위원회 자료 등을 집계한 결과 한 해에 발생하는 청소년 가출 건수는 1만5000건에 이른다. 특히 이 중 13세 이하 청소년의 비율이 2001년 17.7.%에서 올해 33%로 급격히 늘었다.

박 의원은 "인터넷이 많은 청소년에게 가출과 각종 범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잠깐이면 찾아내는 이런 불법적 내용들을 수사기관들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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