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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관계 「고착」단계로 |레이건 미대통령의 중공방문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레이건」미대통령의 중공방문은 참으로 어렵게 마련된 것이다.
대통령후보 당시 『대만과의 관계를 다시 맺겠다』고 공약했던 「레이건」대통령은 취임후 마치 「두개의 중국」론을 부활시키는 듯한 언동을 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72년부터 어렵게 가꾸어온 미-중공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표명되었다.
중공쪽에서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계속 판매한다는 실질문제에서부터 「레이건」대통령이 공석상에서 대만을 「중화민국」으로 호칭했다든가 미국이 중공테니스선수 「후·나」양에게 망명을 허용했다는 따위 지엽문제에 이르기까지 불평을 했다.
이같은 불편한 관계는 83년 절정에 달해 중공측은 「레이건」의 방중은 물론 그에 선행하기로 된 조자양중공수상의 방미까지도 최후순간까지 미정으로 남겨 뒀었다.
그런 긴장감은 금년 1월 조수상의 방미가 실현됨으로써 사라졌다. 그리고 「레이건」대통령의 이번 중공방문은 최소한 그의 집권초기에 보였던 중공에 대한 근본적 의혹이 사라졌음을 뜻하는 것 같다.
이와같은 양국관계의 순조로운 원상회복은 서로간의 의견충돌에도 불구하고 미-중공관계가 「슐츠」국무장관의 말대로 이제 고착단계에 들어섰음을 뜻하는 것이다.
양국의 관계는 이념차이와 지역 세력권의 갈등에 의해 엄격한 상한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한계의 테두리안에서도 많은 가능성이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레이건」의 중공방문과 그것이 뜻하는 양국관계의 긴밀화가 소련을 겨냥한 이른바 「중공카드」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미국이 중공에 부여하는 전략적 중요성은 그것이 직접적인 군사역할은 아닐지라도 대소견제기능에 있음이 분명하다.
중공이 지금 지상과제로 삼고있는 4대현대화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기술 및 자금지원으로 추진하기로 이미 결정이 난것 같다. 중공은 1만명의 유학생을 미국에 보낸 것을 비롯해서 서방각국이 현대화 견학생들을 계속 보내고 있다. 중공은 또 매년 수십만명의 서방관광단들 받아 들이고 중공내에 서방식 호텔까지 이미 운영하고 있다.
미국기업의 중공내 투자도 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와같은 교류는 중공을 동아시아-태평양 경제권으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련에 대한 이 지역의 결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83년 미-중공 교역량은 44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중 중공-소련간의 교역량은 이의 10분의1에도 미달되는 4억달러에 머물렀다.
이러한 움직임속에서 한국의 관심은 중공의 실용주의적 대서방 문호개방이 그들의 가까운 우방인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인가에 있다. 북한은 북경의 거대한 경제정책상의 실험이 효과를 거둘 때 자기들도 방향전환의 유혹을 느낄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그런 변화에 등을 돌리고 소련 편향으로 되돌아 설것인가가 주목거리다.
「레이건」대통령의 이번 중공방문중 한반도 긴장완화문제는 지역안보라는 큰 테두리속에서 이야기될 뿐 중심과제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이다.
그것은 곧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기들의 쌍무관계논의를 뒷전으로 미루면서까지 한반도 문제를 제기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중공의 서방접근실험에 대한 북한의 태도결정이 있기 전에는 한반도문제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레이건」의 이번 방문중 구체적인 결과로는 문화교류협정과 2중과세 폐기조약등 일상적인것 뿐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명은 않지만 ①핵연료제공문제 ②고도기술양도문제 ③중공우주비행사를 미국 우주계획에 참가시키는 문제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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