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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변화가 일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역사상 처음으로 중공농구팀이 환대를 받으며 서울에 도착한것과 남북한체육회담 개최에 대한 서울과 평양쌍방의 합의 사실이 전해진것은거의 동시였다. 잠실종합체육관의 농구대회에서 중공 팀이 갈채속에 첫승리를 거두고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희회의실에서 남북한 체육 대표가 실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 대하던 바로 그날, 김포공항에서는 화교들의 통곡속에 대만 농구팀의 침통한 모습으로 본국을 향해 떠나버렸다.
그동안 자주 물어왔듯이 여적이 무삼하게 엇갈리는 것이외교의 상사라고 돌려 버린다면 굳이 놀랄 일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최근의 일들이 정말 어리둥절한 이변으로 보일수 밖에 없을것 같다.
한반도에서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슐츠」 미국무장관의 표현은 정말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흔히 하면 버릇대로 북한측 대표들이 트집을 부리고 체육회담장에서 이번에도 또 퇴장해버리긴했다.
그러나 어쩐지 최근의 기운으로 보아 북한공산주의자둘의 그런 억지스러운트집과 고집으로도 막아 설수없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걸핏하면 국제적신의를 들먹이던 우리가 다정했던 옛친구를 올려 보내고 생소했던 옛적을 웃으며 맞이하지않으면 안되계 된 때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다. 이 전환기적 진통은 이재사 정말 한반도에서도 전후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있는 것이다.
이변화의 배경에는 남북한을 둘러싼 근간의 미묘한 국제적 움직임이 있음을 주의할필요가있다. 아프가니스탄사태이후 동서간에 초성된 긴장이 KAL기사건으로 더옥 고초되자 이에 편승한 북한공산주의집단의 대외적움직임이 충격적인 아웅산테러사건에서 나타났듯이 한층더 위험하고 거칠어졌다.
체제의 국제적 긴장에서만 힘을얻고 또 그 긴장을 되도록이면 연장시키려는 북한은 가득이나 위험한 동북아에서 신냉전의 주동인소련의 위협적 자세에 영합하여 긴장을 조장해왔다. 이러한 사태진전은 북한의 대회접근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있어서뿐 아니라 중공이 그 국가적 숙망인 4개현대화 계급의 추진을 위해서 절실히 필요로하는 한반도의 평화을 뿌리로부터 뒤혼들어놓을 가능성을 안고있는 점에서 배경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본을 방문하고 있던 호회방당서기장이 북한의 야만적 테러행위에 대한 부정적반응을 공공연히 표시한 것온 곧 그러한 중공의 부안을 반영한 것이었다. 조숭양수상의 미국방문과 「슐츠」 국무장관의 중공방문에서도 드러났듯이 양국간의 협의에서 한반도문제가 새로운 관심으로 등장하고 있는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나까소네」 수상이 호의방으로부터 중공 거주 한국교포의 한국 가족과의 재회를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남북한 관계에도 변화의 자극을 준것은 주옥할 만한 일이었다. 그의 그러한 외교적역할이 시사하고있는 것은 남북한관계의 안정화를 지향하는데 있어서는 일본도 미국이나 중공과 이해를 같이 하고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북경과 동경 그리고 워싱턴을 연결하는 부산한 의교적 움직임이 한반도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돼고있는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이들강대국들의 남북한에 대한 교차적 관계개선을 겨냥하고있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남북한관계의 개선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미·중공화해에 절대적 효험을 보인 스포츠외교 방식이 이미 위싱턴과 평화사이애서 시도되었듯이 이제 서울과 북경사이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있는데서도 그러한 교차화해의 추세는 뚜렷이 반영되고있다.
대미직접협상의 실현을 통해서 한국을 외교적으로 소외시키려는 집념으로 일관해온 북한도 이러한 추세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당혹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어떤식으로든 이 도도한 추세에 적응할 수 밖에 없는 초조감과 남한혁명에 대한 해묵은 미망의 혼합 갈등이 북한공산주의자들의 대의적 형태에서 침착과 균형의 여유를 빼앗고있다.
그래서 그들은 테러의 지령과 3군회담 제의를 동시에 병행시키고, 모처럼 열린 남북체육회담에 참석했다가 또 퇴장하고, 그러고는 또다시 그회담재개의 용의를 비치는 변덕스러운 연출을 보이고있다.
이런때일수록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무리의 판단과 태도는 변화과 균형을 잃지 않아야할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밀려들고있는 이 변화의 물결앞에서 북한공산주의자들의 억지스런 트집과 변덕이 시들어 질 날도 결코 멀지는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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