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기자와 「잭슨」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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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밀튼·콜맨」은 워싱턴포스트지 정치부소속의 흑인기자다. 그는 민주당 흑인 대통령후보「제시·잭슨」을 수행하면서 그와 가까와졌다.
친밀해진데다 같은 흑인이니 「잭슨」은 「콜맨」기자앞에서 말조심을 하지 않았다.
어느날 그는 「콜맨」에게 유대인을 『하이미』라고 부르고 뉴욕시는 「하이미」의 도시라고 말했다. 「하이미」란 마치 일제 때 일본인이 한국인을 보고 『센진』이라고 부른 것과 비슷한 경멸적 표현이다.
「클랜」기자는 「잭슨」이 그런 표현으로 유대인을 불렀다는 사실을 워싱턴포스트지에 보도했고 이른바 「무지개연합전선」이란 구호로 유대인 유권자의 표를 모으려던「잭슨」계획에 치명타를 가했다.
「잭슨」은 처음 자기가 그런말을 한적이 없다고 했다가, 기억이 희미하다고 한 후 결국 유대인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데 이 일화는 제2막에서 오히려 더 심각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잭슨」의 지지자이며 이술람교 지도자인 「파라컨」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콜맨」기자가 같은 흑인이면서 「잭슨」을 난처한 입장에 몬 「더러운 반역자」라고 매도하면서 『언젠가 우리는 그를 죽음으로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지는 사설을 통해 반격을 가하는 한편 이 신문에 적을 두고 있는두 사람의 흑인언론인의 글을 동원해서 「콜맨」의 기사를 옹호했다.
그래서 논쟁은 흑인의 독자적 민권운동을 대변하는 파와 백인사회에 참여함으로써 흑인의 권익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보는 참여파 사이의 다툼으로 확대되고 있다.
흑인 언론인들은 자기들이 피부색깔을 초월해서 보도의 객관성을 유지함으로써만 백인이 지배하는 미국언론계에서 직업적 위치를 굳히고 더 많은 흑인언론인을 진출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려 결과적으로 흑인 전체의 언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파를 비난하는 측은 문제의 초점을 백인이 지배하는 미국언론 때문에 「잭슨」의 실언이 정도 이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 맞추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에 편지를 낸 한 흑인독자는 『역사는 인간이 누구도 두 주인을 섬길 수없음을 보여준다. 분열된 집안은 멸망한다. 흑인기자는 흑인지도자의 신뢰릍 배반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느쪽 주장도 정답이 되기 어려운 언론의 역할에 관한 이 논쟁은 어느 때 어느나라에서도 타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장두성·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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