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을 위한 탈락」은 없어진다|개선된 대학 졸업정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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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졸업정원제가 「관주도」(관주도)에서 「대학자율」에 맡겨졌다. 문교부는 지난해 8월 대폭적인 손질에 이어 내년부터 가장 중요한 규제조항이었던 졸업정원초과 모집비율 1백30%마저도 대학의 재량에 맡겨 85학년도부터 시행키로 했다. 시행 4년만에 엄청난 방향전환을 하게된 것은 관주도의 졸업정원제가 ▲그동안의 부분적인 보완에도 불구, 학생들의 수준차에 관계 없이 모든 대학이 졸업정원의 30%를 초과모집한 뒤 이에 해당하는 인원을 획일적으로 탈락시켜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었고 ▲81학년도 이후 4년간의 실시결과 입학후에도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는 졸업정원제의 근본취지가 정착단계에 도달했으며 ▲입학년도부터 초과모집비율을 자율화한 여자대학과 의학계 학과에서 졸업정원의 1백5∼1백30%의 신입생을 모집, 대학이 이 제도를 자율적으로 수용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교부는 앞으로 졸업정원제 운영의 모든 것을 각 대학에 맡기고 행정 및 재정적인 지도권만을 발휘, 합격 후 일정수준의 성적을 유지하지 못한 채 등록금만 내면 졸업할수 있도록 학사관리를 태만히 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책정·재정지원등에 그 결과를 반영, 규제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선진외국에서 대학별 평가결과에 따라 배출학사(졸업생)의 수를 제한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대학의 학사관리를 입학 후 등록금만내면 졸업한다는「입학개념」에서 입학해도 공부안하면 졸업 못한다는 「졸업개념」으로 바꿔 81학년도부터 시행해온 졸업정원제는 이 같은 근본취지에도 불구, 대학차를 전혀 무시한 획일적 탈락비율적용으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 왔다.
학력고사성적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다른 대학으로가면 수위권에들 3백점이상의 학생을 뽑아 놓고도 이들을 중도에서 반드시 강제탈락시켜야 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절대기준을 정해놓고 비율에 관계 없이 그 수준에 못미치는 학생을 탈락시키고 있는대학마저도 「1백30%」라는 제한 규정에 묶여 중도 탈락시킬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을 억지로 뽑아 희생자를 양산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문교부는 그동안 이 같은 마찰과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몇차례 개선을 시도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즐업정원제는 출발당시 졸업정원의 1백30%를 모집, 진급때마다 일정비율을 반드시 탈락시켜 1백%이내의 학생을 졸업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경직성은 이 제도에 생소했던 당시 신입생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출발즉시 크게 수정됐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급할 때 강제탈락은 시키지 않도록하고, 그 대신 졸업 때 4년수료를 인정, 3학년진급 때 18%내외(16∼20%), 4학년진급 때 2%내외, 졸업 때 10%이내를 「수료」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강제탈락을 1년 유예했을 뿐 상대평가제를 도입, 일정비율의 학생은 2학년 진급때는 사실상 강제탈락의 희생자가 돼야 했고, 83학년도에는 18%탈락의 첫 적용을 받아 전국에서 8백27명의 학생이 희생됐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문교부는 학년별 탈락률을 대학자율에 맡기는 내용의 보완대책을 서둘러 마련, 83년8월 이를 발표했었다.
문교부는 이 보완대책에서 ▲문교부가 정해 놓은 학년별 탈락률을 백지화,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을 비롯 ▲조기졸업·유급 및 진학·전과등을 허용, 30% 초과모집에 따른 획일탈락부담을 완화하고 ▲여자대학과 의학계학과등 자연탈락이 적은 대학 및 학과에는 초과모집비율을 대학이 자율책정토록 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면학열과 관계 없이 일정비율에 묶여 획일적으로 중도에서 강제탈락돼 대학교육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해야 하는 모순 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선안은 대학이 스스로 학생들의 질 관리를 성실히 하기만 하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의 보완대책에 따라 각 대학은 졸업정원의 1백%에서 1백30%까지의 신입생을 모집할수 있게 됐다. 따라서 자연탈락률(평균15%)을 감안한 모집인원이 대학별로 책정되겠지만 어떻든 탈락을 시키기 위해 엄격히 적용해온 상대평가는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은 자연탈락률에다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따라오지못하는 학생의 비율을 더하여 모집인원을 정하게되면 「탈락을 위한 탈락」의 희생자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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