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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간판 달고 가면 어느 시청자가 보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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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로써 'PD 저널리즘'의 주축을 담당해 온 PD수첩은 불명예 속에 퇴진하게 됐다. 방송 15년 만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친다는 목표로 1990년 5월 탄생했다.

MBC의 한 간부는 7일 "PD수첩 간판을 달고 방송이 나가면 어느 시청자가 쳐다보기라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광고 역시 붙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는 "4일 제작진의 협박.회유성 취재가 드러났을 때부터 프로그램 중단을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결정은 7일 임원회의에서 이뤄졌다. 임원들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임원회의에선 최문순 MBC 사장의 '의미 있는' 발언도 있었다. 최 사장은 회의 도중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원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 사장이 본인의 입으로 '자리'를 언급한 것은 PD수첩 파문 이후 처음이다.

최 사장은 5일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긴급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현안 보고만 했을 뿐 거취를 언급하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들 간에 사장 거취 문제를 놓고 격론이 일었을 뿐이다. 하지만 MBC 안팎에서 '사장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라는 말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렇게 MBC가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비난은 여전히 격렬하다. 사과만으로는 미흡하다며 MBC 프로그램 시청 거부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저는 MBC를 시청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배너를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또 자동차에 시청 거부 스티커를 달자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MBC 취재진과 제작진은 시민들의 협조 거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청률과 광고라는 양 축이 허물어질 조짐까지 보인다. 올해 평균 10.7%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뉴스데스크'는 6일 5.8%(TNS미디어코리아 조사)까지 수치가 하락했다. KBS 메인 뉴스(23.6%)는 물론 SBS 8시 뉴스(9%)보다도 낮았다. 채널 전체 시청률에서도 MBC는 6일 5.5%를 기록해 지상파 3사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6일 방영된 MBC 전체 프로그램 30개 중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건 'TV 특종 놀라운 세상(10%)' 하나였다.

방송사의 지갑을 채워주는 광고에서도 먹구름이 몰려 온다. 이미 동원F&B가 '뉴스데스크' 광고를 중단한 데 이어 다른 기업들도 광고 중단을 검토 중이다. 인터넷엔 '뉴스데스크' 광고주 명단이 도는 한편 기업들엔 '광고를 중단하라'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뉴스데스크'에 광고를 내는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일부 고객으로부터 광고를 중단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만약 다른 회사들이 광고를 빼기 시작한다면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 건설업체 측은 "광고 중단 문제를 놓고 숙고 중이며 곧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신성식.김정수 기자(정책사회부), 이상복.이지영 기자(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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