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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상가 시장 우울한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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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송도신도시 상업지역에 들어선 상가가 많이 비어있다. 경기는 나쁜데 공급이 많아 임대가 잘 안된다.

아파트 입주가 다가왔는데도 동백지구 상업용지에는 상가가 들어서지 않은 채 빈 땅이 수두룩하다.

#1 지난 5월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송도신도시에서 20평짜리 근린상가를 임대 목적으로 분양받은 대기업 부장 이모(47)씨는 최근 계약금 수천만원을 떼이고 상가를 해약했다. 최근 입점했으나 점포를 운영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데다 매물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2 내년 2월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용인 동백지구 내 일반 상업지구. 지금쯤이면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근린상가 부지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전체 48개 필지 가운데 3~4곳에서만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 나머지 상가 부지에서는 포크레인 한 대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 송도신도시와 용인 동백지구의 근린상가 시장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 곳에선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가가 많이 공급돼 빈 점포가 넘치고 있다. 다른 한 곳에선 아파트 입주가 코 앞에 다가왔는 데도 근린상가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편을 예상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 "상가 좀 처분해 주세요"=송도신도시 해양경찰청 바로 옆 부지에 들어선 K상가의 경우 1층의 절반이 비어 있다. 바로 옆 M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송도 일반상업지역에는 지난해 여름부터 송도 드림시티.아크리아.센터 프라자.송도 밀레니엄 등 대형 근린상가 10여곳이 잇따라 들어섰다. 400개 점포가 넘는다.

한꺼번에 공급되고 경기불황이 이어지자 이 상가들이 투자자들에게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임차인이 없어 관리비만 무는 점포가 많고 늘어난 빈 점포들은 창고로도 쓰인다고 한다. 탑공인 관계자는 "일부 상가의 경우 점포 50% 이상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올해 5000가구 가량의 아파트가 입주했지만 입주율이 낮은 데다 그나마 단지내 상가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료도 하락세다. 20평형대 1층 점포의 경우 올 초 보증금 1억원에 월 350만원이던 임대료가 지금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 3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매매가를 분양가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낮춘 물건도 나오나 잘 팔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계약 해지 사례도 나온다. 플러스공인 관계자는 "A상가 1층의 경우 한달새 4개 점포가 해약한 것으로 안다"며 "투자비를 손해보더라도 털고 빠져나오려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가분양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송도신도시에 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될 경우 유동인구와 고정고객이 늘어나 상권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상가 언제 생기나요"=입주를 3개월 앞둔 동백지구에는 놀고 있는 상업용지가 수두룩하다. 지난 4월 상가 후분양제가 실시되면서 신규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백지구에는 상업용지 48필지에서 연면적 2만7500여평의 상가와 1만3000여평의 테마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미래도프라자.레이크시티.동백V타운 등 4개 상가만이 착공한 상태다. 더욱이 상가 용지를 분양받은 영세업체가 분양 대금마저 내지 못해 땅이 재입찰에 부쳐지기도 한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전체 상업용지의 40% 정도가 땅값을 체납하고 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아 지금쯤 상가공급이 활발해야 하는데 분양하는 상가가 거의 없다"며 "후분양제 이후 시공사들이 대출을 위한 지급보증을 꺼리는 데다 신탁을 통한 선분양 방식 역시 금융권과 1순위 설정 문제가 걸려 있어 착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인근 구성이나 죽전.분당 등으로 '원정쇼핑'에 나서야 할 판이다. 용인 기흥 새벽공인 관계자는 "동백지구 주변에 2~3층짜리 소형 상가가 들어서고 있긴 하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상가 용지를 분양받은 업체 중 20여곳의 토지대금 납부시기가 내년 말이므로 2007년께는 상가 공급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용인=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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