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추된 국제위신 만회책에 급급|정치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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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회담을 제의한 배경은 버마참사자행으로 인한 국제적 비난에서 벗어나자는 의도와 한·중공간에 빈번해진 체육교류등의 상황변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 을림픽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북한이 단일팀구성을 들고 나온데 대해서는 국제체육계에서도 그 순수성과 선의를 의심한다. 대남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남북체육회담은 북한의 불순한 동기에 의해 역제의되어 열리게 된 흠은 있지만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전기로 작용할 실날 같은 희망이 꼭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82년초 단일팀 구성제의에 대한 북한의 역제의를 뜯어보면 자신이 판 속임수에 그 스스로가 속박당하게 될 면도 없지 않다.
북한은 시간적 제약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단일팀구성의 제의만 한다면 그들의 저의가 너무 뻔히 드러난다는 약점을 보완키 위해 아시안게임등 국제대회단일팀 구성문제도 곁들여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눈앞의 선전전에 활용키 위해 이같은 제안을 하고 올림픽 단일팀구성 협상이 깨질경우 그 다음 국제대회단일팀 구성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측의 성의부족에 책임을 돌려 아울러 유야무야시켜 버릴 전술도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반도 주변정세가 북한의 그 같은 술책을 그대로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
중공마저 북한의 버마참사자행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공은 특히 미·일과의 긴밀한 협조체제하에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북한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서방측은 관측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공은 한·중공 이산가족재회 문제에 긍정적이고 상호 비정치적 교류의 확대에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 또한 경제사정이 크게 악화되어 언제까지나 대남 긴장조성을 통한 무모한 소모전에만 매달릴 형편이 못된다.
북한의 대남도발 책략과 대외적 폐쇄주의가 바깥으로는 고립무원의 환경조성을, 안으로는 불안을 각각 자? 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이 적어도 대외적 고립을 모면키 위해 대남유화자세를 지속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있으며 그런 일환으로 여타 국제대회 단일팀 구성제의를 곁들였을지 모른다는 긍정적 평가도 할 수 있다. 정부의 한·소식통이 북한제의가 위장평화 공세인 것은 명약관화하나 의외로 남북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한 것도 북한이 곁가지로 붙인 조건에 일루의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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