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스포츠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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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잇단 북한측의 만행으로 얼어 붙은 남북한 관계가 어쩌면 스포츠 분야에서부터 새로 해빙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하는 조치가 30일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의해 취해졌다.
KOC제의대로 일이 풀려 나간다면 남과 북은 앞으로 개최될 각종 올림픽과 국제대회에 출전할 한민족단일대표 구성을 위한 체육인회의가 9일부터 판문점에서 열리고 이달안에 남북한 교환경기가 열리게 된다.
이것은 우리 겨레의 오랜 소망중의 하나다. 그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온 겨레가 목말라 기다려 왔고 그 것은 빠를수록 그 만큼 더 좋은 현상이다.
이 겨레의 꿈이 실현될지 여부는 이젠 오로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평양당국이 정치적인 선전목적을 포기하고 순수하게 민족적 숙원의 실현에 충실할 태세만 갖추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축 자세에 대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음을 솔직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최근 제의해온 대로 그들이 84년 LA올림픽에 남북한 단일 팀구성을 진실로 원한다면 왜 이제사 그 같은 문제를 제기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우리측이 그토록 열심히 제의해 온 것이 아닌가. 단일팀 출전이 유효하게 이루어 지려면 2개월안에 출전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일이 그리 넉넉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것도 북한이 성의만 갖는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또 하나는 아무리 체육경기라 해도 그것은 최소한의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가 못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웅산 테러를 포함하여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됐고 이에 대해 평양측이 사후수습을 위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올림픽은 평화와 화합을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다. 올림픽 참가에 앞서 참전하는 모든 국가, 모든 인류는 이 두개의 정신을 존중하고 거기에 헌신하는 겸허한 자세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과연 북한이 그런 세계적인, 그리고 민족적인 평화와 화합의 자세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상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를 우리는 주시하고자 한다. 그런 접근방식은 북한의 저의를 읽는데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의 남북한관계 전망에도 주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절박한 시간에 쫓기고 있다. LA출전에 대비해서 모든 것을 급히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판문점의 체육인 회의가 지지부진 하거나 불순한 동기에 의해 작용돼서는 안된다. 남북교환 경기를 위한 절차는 과거에 경험한 관례를 토대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70년대초 남북조절위와 적십자회담을 위해 서울과 평양에서 회담을 가진바 있다. 그때의 절차문제를 다시 원용하자는 것이다.
남북간에 정당하게 이루어진 기존 합의사항은 존중되고 계속 유효하다는 관례를 수립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합의의 축척이 곧 남북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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