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해임건의안 카드 만지작거리는 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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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있다. 김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대통령이 나라를 깨끗이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사고가 터져 부끄럽다”고 밝혔고 문 대표는 “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빈·김성룡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15일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한 당 전략파트에서의 검토는 이미 끝났다”며 “지도부가 결단하는 택일(擇日)의 문제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해임안을 제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 총리가 물러나게 할) 실효성이 관건”이라며 “본인이 버티더라도 국회에서 해임안이 가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이 발의할 수 있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건의안 제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다만 야당 의석은 재적 의원 294명 중 134명(정의당 포함, 투옥 중인 김재윤 의원 제외)에 불과해 단독으론 표결에 부칠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선 “새누리당 내에서도 ‘총리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아선 안 된다’는 의견을 가진 의원이 많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14명만 본회의장에 출석하면 표 대결이 가능하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해임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 총리가 계속 버틸 경우 당내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모두 8차례 발의됐지만 표결로 이어진 경우는 정일권(1966년)·황인성(93년)·이영덕(94년) 총리의 세 차례뿐이다. 결과는 모두 부결이었다. 최근엔 2012년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상정됐지만 야당 의원 138명만 투표에 참여해 표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해임건의안 제출만으로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주장이 많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해임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된 뒤 72시간 내에 투표를 하게 돼 있다”며 “별도로 본회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 대책위’ 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우리가 특검을 먼저 주장해선 안 된다. 여당이 (특검을 먼저) 요구하더라도 우리는 상설 특검이 아닌 별도의 특검으로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보선 과정에서 너무 자극적으로 하면 새누리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고 우려했다. 의총 뒤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16일)된 뒤 열리는 18~19일의 첫 주말 유세를 ‘친박 은폐·비리 게이트 규탄대회’로 치르기로 했다. 18일엔 광주와 인천에서, 19일엔 경기도 성남과 서울 관악 지역에서 열기로 했다.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참석한다.

 문 대표는 15일 인천 서-강화을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총리가 목숨을 건다면서 (금품 수수 의혹을) 공개 부인하는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이 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박 대통령도 두 사람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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