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대통령 빈자리 메우면서 검찰 수사 받아야 하는 묘한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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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는 14일 오전 8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 총리 취임 이후 국무회의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 총리가 한 주씩 번갈아 주재하고 있다. 총리실 간부는 “이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3000만원 수수설’이 준 충격이 컸던 것으로 총리실 직원들은 풀이했다. 국무회의도 20분 만에 끝났다.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의 총리실 분위기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총리실 소속 공무원들은 “솔직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토로했다.

 이 총리는 이틀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대정부질문은 아직도 두 번(15일 경제 분야, 16일 사회 분야) 더 남아 있다. 대정부질문 이후 17일과 18일은 일정을 비워둔 상태다.

 문제는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16일부터 27일까지 콜롬비아·페루·칠레·브라질 등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다. 당장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부터 검찰 수사를 받을 위치에 놓인 이 총리가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사실상 메워야 하는 묘한 상황이다.

 이 총리는 금품 수수설과 관련해 자신의 거취는 물론 ‘목숨’까지 걸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부패 척결을 선창한 이 총리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 대해 총리실 고위 간부는 “오죽했으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했겠느냐”며 “죽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가 사실과 다르다는 걸 이 총리가 입증해야 하는 아주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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