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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불면증 환자 에디슨의 저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5면

‘에디슨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이 인류로부터 쾌적한 잠을 빼았고 건강을 해치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전구가 없다면 인류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자연 리듬에 따라 살았을지도 모르죠. 에디슨은 요즘 모 침대 광고에도 나옵니다. 전구회사 광고가 아니라 침대 광고에 전구를 발명한 이가 나온다니 아이러니입니다.

 ‘잠은 인생의 사치입니다. 4시간만 자면 충분합니다. 단, 숙면을 취한다면 말이죠.’라는 게 광고 속 에디슨의 말입니다. 에디슨은 실제로 밤에는 4시간만 자고 낮에 수시로 졸았다고 합니다. 국제 수면전문의 신홍범 박사는 “에디슨의 상태는 불면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자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했던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6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자지 못해 깨고, 낮에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불면증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도 있고, 체질적으로 밤잠이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잠을 못 자는 건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제일 힘든 건 ‘빨리 자야 하는데, 왜 이렇게 잠이 안올까’하며 안절부절할 때 입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하다가 양을 100마리나 셌는데도 잠이 안 올 때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더 잠을 쫓아버린다고 하는 군요. ‘빨리 자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입니다. 하루 이틀 잠 안 자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는 꿀잠과 불면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던 김 기자가 직접 수면클리닉에 가서 진단을 받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전문가들의 해법도 알아봤습니다. 진단을 받고 온 김 기자는 요즘 다시 잘 잡니다. “전에는 ‘잠이 안 오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는데, 잠 자려고 애쓰지 않으니까 잠이 잘 와요. 자기 전 복식호흡도 도움이 되고요.” 그러고 보니 김 기자의 피부와 표정이 전보다 맑아진 것 같더군요.

 잠을 잘 자면 살도 빠집니다. 잠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서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그렐린의 분비량이 늘어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의 분비량이 적어져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잠자리에서 뒹구는 건 잠을 자는 게 아니라 피곤만 쌓는 거랍니다. 바로 제 얘기더군요. 앞으론 적당히 자고 눈 뜨면 바로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내일은 4월 16일. 벌써 일년입니다. 일년이 지났는데도 변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도, 우리 마음 속 상처도. 유가족과 남은 친구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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