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신당 추진 등|정국 윤곽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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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금 인사들의 정치적 진노가 점차 뚜렷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정당을 선택하는 폭과 신당의「가건물」이라도 짓겠다는 두 흐름으로 갈라지면서 영입문제는 끝내기 단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누가, 어떤 명분으로, 어떤 정당을 택할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들어가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의 속사정과 전략, 전술을 짚어본다.
○…민한당 입당을 희망하는 구 야권 인사들은 4월초를 입당의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구체적인 입당방식을 협의하는 단계다.
민한당 쪽에서는 유치송 총재가 내주 초 엄영달·조세형씨 등 2차 해금자와 만나고 28일 1차 해금자 전원과 합동모임을 가짐으로써 해금자와의 접촉을 끝내고 입당희망자들과 구체적인 영입 교섭을 시작할 작정이다.
민한당 입당파인 황낙주씨 등도 이에 발맞춰 스케줄을 짜고있다.
이 스케줄에 따르면 △10대 신민당의원들이 중심세력으로 결속하고 △그 밖의 신민당 8, 9대 의원들을 끌어들이며 △구 통일당 출신 전직의원과 원외 해금자 들의 동조를 모색해서 내주 말께는 민한당 입당 희망자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입당 형식 등에 관해 논의한다는 것.
김윤덕·이필선·황병우·정재원·김동욱씨 등을 주축으로 한 황낙주씨 측과 이중재·박해충씨 등은 최근입당형식에 관해 의견접근을 보았고, 공천보장 등을 강력히 요구했던 김영배·김형광씨를 비롯해 엄영달·조세형씨 등도 행동통일에 응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들은 태도표명을 보류했던 박일·박용만씨도 가세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렇게되면 1, 2차 해금에서 풀린 구 신민당 의원 21명중 정치재개의사가 있는 인사들의 절대다수가 민한당에 들어가는 셈이고 따라서 민한당이 야권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민한당이나 민한당 입당 파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신당 움직임이다. 한건수씨의 신당추진을『공천주식회사가 아니겠느냐』며 냉소적으로 대했던 이들은 2명의 구 신민당당수가 지난 21일 한씨 집에서 회동하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해금인사는 『가건물이나 짓겠다는 데 벽돌담을 쳐주는 글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한씨가 이 모임을 해금인사의 민한당 입당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신당추진에 이용한다는 등 여러 각도로 분석.
당초 구 신민당지도급 인사의 회동은 지난 19일 박용만씨의 회갑연 때 우연히 제기됐고 한씨가 그것모임을 자기 집에서 갖기로 제의했던데 따른 것이라고 상도동계에서는 설명. 그들은 『민주화를 위해서는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겠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지 어떤 당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비해 방배동 쪽은 한씨의 신당움직임을 고무하는 듯한 눈치여서 대조적. 또 박일씨도 최근 방배동 쪽과 접촉을 하고있다.
그러나 미해금 인사들 중 상당수는 적극적인 민한당 입당파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대 선거가 한 두 달 후에 당장 실시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 는 얘기와 함께 『아직도 묶여있는 99명을 위해 성명서 한 조각 발표하지 않고 제 갈 길만 찾는 행동이나 야권단합을 외치면서 한번의 대화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이전의 인정과 도의의 문제』라고 민한당과 해금자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분위기라는 것.
이에 대해 민한당 입당파들은 『자기들 방법만 민주화의 올바른 길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독선』이라면서 『민한당에 들어가 민한당의 자주성을 확대하고 정통야당의 면모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한다.
해금인사들도 민한당을 선택하는 것이『민한당이 꼭 예뻐서 만은 아니라』는 토는 달고 있다. 이들 역시 민한당의 창당과정이나 원내활동이 미흡하고 해금자 영입에는 소극적인데 아쉬움을 표하지만 2차 해금이 된 현 상황에서 민한당 입당이 『상책은 아니더라도 하책이 랄 수만 없지 않겠느냐』는 것.
이러한 명분논쟁에 정답은 없겠지만 해금인사영입후의 민한당 자세가 그1차 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는 게 해금자들의 주장이다.
○…국민당과 구 여권 해금인사들 간의 영입교섭은 민한당에 비해 굼벵이 걸음이다.
국민당 지도부는 그 동안『문호개방』『적극영입』이라는 구호를 구두선처럼 외쳐왔지만 실제 영입실현을 위해 뛰고있는 흔적이 별로 없다.
지금까지 이만섭 부총재, 당3역, 김영광 조직강화특위위원장 등이 구 여권 해금인사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형직 전 공화당사무총장을 비롯한 최재구·윤재명·김용채·김재식·이인근·정판국씨 등 해금인사들은『그들과 접촉은 있었어도 영입논의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김종철 총재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대해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으며 당내 일각에서조차 김총재에 대해 「적극자세의 부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김총재는 최근 『해금인사들이 없다고 우리 당이 굶겠느냐』『국민당으로서는 정치 신인이나 해금인사나 다를 바 없다』는 식의 냉랭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 같은 김총재의 전에 없던 태도는 신형식씨와 같은 구 여권의 비중 있는 인사를 의식한「신경과민」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예로 신씨와 같은 지역에서 10대의원을 지낸 김수씨의 영입, 신씨의 근거기반인 전남지역 구 여권 해금사들에 대한 개별영입교섭이 앞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설」에 대해 김총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 축하고 있으나 당내의 몇몇 소장의원들은 『최근 당 지도부가 해금인사 영입문제에 임하고 있는 자세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며 당무 회의 등에서 이를 추궁할 기세마저 보이고 있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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