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사관 피습 때 대사는 이미 한국에…외교부 대사 소재 파악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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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무장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을 당시 이종국 리비아 대사가 국내에 들어와 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외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 대사가 튀니지 임시공관에 머무르며 사건을 수습하고 있다고 설명해 와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대사는 지난 1일 이미 한국으로 귀임한 후 한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주 리비아 한국대사관 피습 당일인 12일 오후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이 대사는 지금 (임기를 마치고) 교대하는 상황인데 튀니스에 있고 곧 돌아오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건 10일 전부터 국내에 들어와 있던 이 대사의 행적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대사가 귀임한 후 4월 2일 인사과에는 해당 사실을 보고 했는데 해당 지역국에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이 대사가 정해진 절차를 어긴 것은 없으며 급하게 사실을 전달하다보니 착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통상 한국에 귀임한 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지역국에 귀임 사실을 알리는 게 관례지만 이 대사는 해당 사실을 지역국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대사가 귀임한 시기가 공관장 회의(3월30일~4월4일) 시기와 겹쳐 해당 국 업무가 많은 시기라 업무가 한가해질 때 찾아가려 했다고 한다”라며 “후임 대사와 만나 인수인계 등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다.

리비아 지역을 관할하는 아프리카중동국은 13일 오후에서야 이 대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튀니지에 있다는 언론보도를 본 이 대사가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려왔다고 한다. 피습 사건이 터진 후 해당 대사관을 책임지는 대사와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장상황을 파악하는게 먼저였기 때문에 당시 리비아 트리폴리에 머무르고 있던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아왔다”라며 “튀니스에 있는 대사관하고는 시급한 처리와 관련해서는 급하게 교신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사의 후임인 김영채 대사는 13일 현지에 부임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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