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늘 만든 '덕수·영자'에게 노래 선물 바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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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3일 전경련 음악회에 참석한 각각 파독 간호사와 광부 출신인 정옥련·최희석씨 부부, 중동 건설 근로자였던 김진홍씨,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한 박경부씨(사진 왼쪽부터). [사진 전경련]

지난 1970년 10월, 독일 중서부 도르트문트 인근의 ‘광산 도시’ 카스트롭 라욱셀. 당시 22세의 최희석(67)씨가 혈혈단신 낯선 땅에 도착했다. 그는 ‘에린 광산’에서 뼈가 으스러지게 일했다. ‘1100m’ 지하 갱도는 공포와 고통 자체였다. 지열 때문에 42도까지 올라갔다. 최씨는 “물을 마셔도 소변이 안 나올 만큼 더웠다”고 돌이켰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다 천생연분을 만났다. 독일 남서부 알렌의 병원에서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던 정옥련(66)씨였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영자 부부와 같은 얘기다.

 최씨 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특별한 ‘야외 음악회’를 찾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영웅’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전경련 회관 앞에 무대를 만들었다. 79년 귀국한 최씨는 “독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엔 중동 건설 근로자와 월남 참전 용사, 시민 등 700여 명이 모였다. 아카펠라 그룹과 기타 연주자, 전자 현악단이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노래를 들려줬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젊음을 불태운 김진홍(69)씨도 감회 어린 눈빛으로 참석했다. 현대양행(한라그룹 모태) 직원이던 그는 78년 사우디 남서쪽 지잔에서 3년6개월을 일했다. 연산 120만t 시멘트 공장을 짓는데 참여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플랜트 수출이라 아직도 자긍심이 크다”며 “젊은이들도 이런 곳에 더 자주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53달러에서 3만 달러가 되기까지 피땀 흘린 평범한 산업 역군들이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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