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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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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생동물을 전쟁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그대상은 비둘기, 산돼지, 원숭이는 물론 고래에 이르고 있다.
미 국방성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는 연구들은 모두 기상천외한 것이다.
산돼지의 뱃속에 무기나 비밀문서를 집어넣고 적의 방어선을 돌파한다.
바다속의 고래를 훈련시켜 적의 잠수함이동을 탐지 또는 공격도 한다.
비둘기의 코나 부리에 미사일 유도장치를 달아 적의 함정에 앉게 한뒤 미사일 공격의 목표로 삼는다. 실전이용은 안되었지만 모두 기발한 발상이다.
비둘기가 전쟁에 처음 이용된 것은 2차대전 때 행동심리학자 「스키너」가 효시. 비둘기의 다리에 편지를 달아 날리는 통신이용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서구」란 애칭.
그러나 전쟁사를 보면 동물을 이용한 전쟁은 수없이 많다.
트로이전쟁에 나타난 트로이의 목마. 그리스군의 「아가멤논」장군은 거대한 목마에 수십명의 장병을 태워 두었다가 트로이성 안에서 기습공격을 성공시켰다. 트로이의 목마는 실제의 산동물은 아니었지만 전술적 이용물로 큰 공을 세웠다.
BC4세기 중국 제나라의 전단은 수천마리의 물소를 모아 뿔에 칼을 달고 기름을 묻힌 횃불을 단채 적진으로 내몰았다. 불에 놀라 날뛰는 물소떼 뒤엔 정병 5천. 마침내 연군은 패하고 장군 기겁은 죽었다. 유명한 즉묵성의 싸움이다.
말의 출현은 오래됐으나 기마병의 출현은 훨씬 뒤다. 대표적 기마민족은 중앙아시아에 살던 스키타이족. 그들은 유목민으로 말을 타고 전쟁을 시작한 민족이다.
유라시아대륙 역사에 등장하는 정복민족은 거개가 유목민이었다. 게르만, 흉노, 마자르, 아랍, 터키족이 유럽과 중동을 정복했다.
중국에선 흉노에 이어 돌궐, 거란, 여진, 몽고족이 모두 침략족이다.
한고조가 40만의 기마병에 포위되어 절망 끝에 평성의 치욕을 당한 것은 유명한 에피소드.
중국 삼국시대 촉의 제갈공명은 목우와 유마를 만들어 병력과 양곡의 대량수송에 이용했다.
개의 이용은 근대전에서 비롯됐다. 적병의 탐색이나 위험물의 수색에 셰퍼드종은 뛰어난 기능을 발휘한다.
컴퓨터가 달린 미사일과 대량 살상의 현대 무기들이 개발되고 있는 시대에 원시적인 동물의 힘을 빌려고 계속 안간힘을 쓰는 현상은 꽤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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