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맨발 소녀 육상선수 버드양|"서울 올림픽서 뛰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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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m 55cm의 키에 38kg의 몸무게. 바람에 흔들릴 듯 가냘픈 아가씨가 LA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육상계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중거리의 새로운 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남아공화국의 「졸라·버드」(1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버드」는 지난해 4월 세계주니어육상 3천m레이스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지난 1월에는 5천m에서도 15분대의 기록으로 세계기록을 6초 이상 단축,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4년전부터 「버드」양을 지도해온 「피에터·라부샤뉴」코치에 따르면 아침저녁 30km 이상씩 달리는 맹훈련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날씬한 체격과 놀랄 만큼 뛰어난 심폐기능도 그녀의 기록 수립에 열쇠가 되고 있다는 것.
남아공화국 오린지 프리 스테이트대학 1년생인 이 미모의 아가씨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뛰어난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항상 맨발로 경기에 출전한다. 신을 신고는 답답해서 못 뛰겠다는 것이 그 이유. 3천m와 5천m에서의 세계 신기록도 맨발로 뛰어 수립했다.
마치 60년 로마, 64년 동경 올림픽 마라톤에서 2연패한 「비키라·아베베」를 연상케 한다.
한 유명 신발회사가 「버드」양을 광고 모델로 쓰기 위해 접근하자 그녀는『계약을 맺더라도 경기 땐 맨발로 뛰겠다』고 주장, 회사측을 난처하게 만든 「맨발 애호가」다.
그러나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그녀가 이번 LA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어 동정을 받고 있다.
남아공화국은 인종 차별 정책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이 올림픽에 참가하기를 거부하는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의 외면으로 금메달을 향한 그녀의 꿈은 펼칠 곳이 없다.
영국계 혈통을 받은 그녀가 국적을 영국으로 옮기기만 하면 미국 여자 육상의 스타「메리·데커」와 LA올림픽 육상 중거리에서 명승부를 펼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 LA올림픽에는 출전 못하지만 인종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와 장소·시간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싶다』면서 『다음 서울 올림픽에는 반드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버드」가 앞으로 4년 동안 세계 정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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