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IS 자처한 괴한들의 리비아 한국 대사관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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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어제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소속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국 대사관이 IS 추정 세력의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경비 초소에 있던 리비아 경찰관 3명이 괴한들이 난사한 기관총 총탄에 맞았다고 한다. 그중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부상했다.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 등 대사관에서 근무 중이던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IS의 테러 위험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건 발생 두 시간 후 IS 트리폴리 지부를 자처하는 단체가 트위터를 통해 “IS는 한국 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일단 IS 관련자들의 소행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 IS는 참수·화형·집단학살 등 반인륜적 잔혹 범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리비아·튀니지 등 북아프리카로 활동 무대를 넓히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IS를 국제사회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격퇴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IS의 위협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대(對)테러 연합전선에서 군사적 지원 대신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테러전을 주도하는 미국의 동맹국이기도 하다. IS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도 ‘작은 적’이기 때문에 주요 표적은 아니어도 보조 표적은 될 수 있다. 트리폴리 한국 대사관에 대한 이번 공격은 이런 점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이라크에는 한국 근로자 1000여 명이 체류 중이고, 예멘과 리비아에도 각각 4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속한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

 국제 테러조직 관련 활동을 하다 국내에서 강제 추방된 외국인 건수가 최근 5년간 50여 건에 이를 정도로 한국도 잠재적인 테러위험국이다. 유엔이 테러 대응책 입법을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테러 방지를 위한 입법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