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유급제 내년 시행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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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내년 1월 1일부터 하기로 한 지방의원 유급제의 시행이 불투명하다. 본지 취재팀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점검한 결과 내년도 예산안에 지방의원 급여를 책정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았지만 행정자치부가 아직 급여 규모를 정하지 못하는 등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데다 재정 상태가 열악한 시.군이 "지방의원들에게 연봉을 주고 나면 살림이 거덜난다"며 유급제 시행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방세 수입 40%를 의원 월급으로"=재정자립도(전체 예산에서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가 10.2%로 전국 최하위인 경북 영양군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 1314억원을 편성해 군의회에 넘겼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입지표인 지방세 수입은 20억6900여만원. 내년부터 7명의 군의원에게 국장급(연간 6000여만원 선)의 보수와 수당.의정활동비 등 1인당 1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할 경우 전체 지방세 수입에서 40%를 떼줘야 한다. 전남 신안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연간 지방세 50억원 중 군의원 14명에게 내년부터 14억원 정도를 지급해야 할 형편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 전문위원은 "지방 재정이 개선될 수 있도록 현재 8 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 법 정비도 안 돼=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에게 구체적으로 얼마의 월정수당(월급)을 줄 것인지 시행령(대통령령)의 범위 안에서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했지만 조례는 물론, 시행령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행자부 공범석 서기관은 "월급 수준을 놓고 지방의회의 여론을 수렴 중이지만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이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조례를 개정하고 예산을 확보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의호.이기원.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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