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제 제기 일관 시각은 평행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1주일간의 대정부질문은 선거를 앞둔해의 첫국회요, 2차해금직후란 특별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나 다루는 심도가 모두 구태의연했다.
질의를 통해 특별히 새롭게 제기된 문제도 없었고 정부 답변 역시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원칙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제5공화국 출범 이 후 국회마다 제기됐던 문제가 고스란히 다시 나왔고 답변 또한 녹음테이프를 틀듯 진보가 없었다.
각당의 대표연설을 구체화하여 발전시키는 노력이 부족했고 정부의 답변이 미진한데도 다음 질의자가 이를받아 추궁하는 끈질김이나 당별팀웍은 눈을 씻고 보려해도 보이지 않았다.
질문자는 질문하는 자체에 만족하고 답변하는 사람도 답변했다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다는 인상이다.
이런 공방의 헛바퀴가 계속되는한 국민대표성에 입각한 국회가 제도로서만 존재할 뿐 정치과정이라는 알맹이와는 거리가 먼 존재로 투영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분야의 질의에서는 5공화국 야당의 고정메뉴라 할 수 있는 개헌·지방자치제실시·전면해금·언론의 자율성회복문제가 또 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야당간의 시각의 평행선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채 여전했다.
개헌문제를 놓고 민한당의 유인범의원은 대통령 직선제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의 실시를 간접거론했다.
이에 맞서 민정당의 남재희의원은 호헌논을 펴면서 『7년 단임제라는 소중한 씨눈을 갖고 있는 현행헌법을 개헌으로 계란껍질을 깰 경우 씨눈을 살려 나가기가 어렵다』고 주장했고,진의종총리 역시 『자칫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헌논의를 일축했다.
민정당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단임논에 대해 국민당의 김한선의원등은 국민이 그것을 믿을수 있도록 구체적인 스케줄과 제도를 갖추라고 요구했다.
지방자치제실시 문제에 대해 야당은 『재정자립도를 연기 이유로 내세우지만 관련 세법을 약간 손질하면 충분하다』『부산피난시절에도 실시했다』는 주장을 편 반면 정부측은『관심을 갖고 연구 노력하고 있다』는 종전의 답변을 되풀이 했다.
다만 민정당의 남의원이 『우선 지방의회 구성차원이라도 몇년안에 일부 시행돼야 한다』 고 여당으로서는 주목할 만한 주장을 했다.
야당의원들이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해 선거일자를 밝히라고 하자 정부측은 『금년 10월12열부터 내년 3월21일 사이에 언제든지 실시한다』는 우답으로 빠져 나갔다.
대정부질문과정에서 선거분위기 조기과열의 책임이 여당에 있다고 모든 야당질문자가 한결 같이 지적한 점은 특기할만 하다.
경제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여야의원간에 문제의식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현상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서나, 현재의 물가안정의 문제점을 보는 시각에서 여야는 보조를 같이 했다.
물가안정은 『가격간섭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요·공급체계가 반영돼야 한다』 (이상희·민정) 『힘으로 눌러 만든 억지 안정이어선 곤란하다』 (안건일·민한)는 주장이다.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에 대해선 정부측도 문제점을 시인하는 자세였다.
진총리는 『지금 단계는 이미 형성된 재벌들을 국민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불공정하도급업체재제, 기업간 상호투자제한조치등의 제도적 보완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한국산 컬러TV 반덤핑판정등 보호무역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이번 국회대정부질문의 가강 내세울 수 있는 성과로 꼽힌다.
이런 협조자세는 KAL기피격·아웅산사건등에서 보여준 국익우선이라는 공통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분야 질의에서는 도농간의 격차·저임금·노사문제·학원자율화· 대학입시제도·졸업정원제·언론자유·공명선거보장등이 거론됐다.
여당의원은 저임금문제·대중교통문제등 특정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룬 반면 야당의원들은 유신잔재청산·노조활성화·노동3법 개정등 정치와 결부된 질문에 집중했다.
학원사태·대학의 자율화문제등 이른바 학원문제는 대정부질문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학원문제의 정치문제화를 피하려는 의원들의 자세로 비교적 낮은 톤으로 진행됐다.
해금·정치규제문제와 관련, 민정당의 전병우의원은 정치피규제자의 활동을 정치폭력으로 규정해 제재를 촉구한 반면, 임재정의원 (민한)은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시킬 책임이 있음을 들어 반대했다.
국회는 9일부터 삼임위활동에 들어 갔다. 따라서 121회 임시국회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상임위과정에서 이미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잘 걸러 내느냐로 넘겨진 셈이다.

<문창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