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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 동대구 90분' 한국형 고속열차 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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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9년부터 운행될 한국형 고속열차 객실은 현재 운행되는 KTX 객실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졌다. 객실 의자 수가 적고 일반실 객실 의자도 회전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 고속철도 광명역. 플랫폼 한쪽에 붉은 줄무늬로 멋을 낸 '한국형 고속열차'(일명 G-7열차)가 놓여 있었다. 이날 광명역과 동대구역 사이를 왕복할 고속열차다.

뾰족한 새 부리를 닮은 기관차를 포함해 7량짜리로 2002년 제작됐다. 날렵한 유선형 차체는 신호만 울리면 바로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육상 단거리선수를 연상케 했다.

열차 곳곳에서 시운전 상황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연구원과 기술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운전에 동원되는 인력은 30여 명.

조종실에 들어가 봤다. 조종석 앞에 설치된 3대의 모니터가 우선 눈에 띄었다. 열차 운행상황이 모니터를 통해 기관사에게 실시간 전달되는 시스템으로 비행기 조종석를 방불케 했다. 강신구 한국형 고속열차 시운전단장은 "언론에 시운전은 물론 조종실까지 공개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50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6분가량 늦게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KTX 정규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간대를 잡아 시운전 시간을 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차는 광명역 앞 10㎞ 길이의 일직터널을 빠져나가며 속도를 높였다. 객차에 설치된 LCD모니터에 속도가 표시됐다. 시속 100㎞, 150㎞, 200㎞….

터널을 통과할 때 별 소음이 없었다. KTX를 타고 터널을 지날 때는 "우웅…"하는 소음이 들려오곤 했었다.

한 관계자는 "정상운행을 할 때는 소음이 훨씬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운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각종 계측장치와 이를 연결하는 전선을 설치하고 각종 설비를 완전히 밀폐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정상 운행 때 이를 밀폐하면 소음이 더 줄어든다는 얘기다.

객차 여기저기에 시운전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형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400여 가지 항목을 점검한다고 했다. 바퀴 앞에도 카메라를 달아 선로와 바퀴의 주행상태를 영상으로 녹화하며 확인하고 있었다.

열차는 순식간에 시속 250㎞를 넘어서더니 잠시 후 모니터에 301㎞란 숫자가 찍혔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음료수 병이 약간 흔들리는 정도였다.

운행 도중 일부 구간에서 흔들림이 꽤 심했다. 차량의 문제냐고 물었더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춘수 박사는 "선로 이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객차 안을 둘러봤다. KTX의 최대 불만사항인 역방향 좌석과 비좁은 공간을 의식한 때문인지 이를 개선한 시험용 의자가 많았다. 일반실 의자도 회전이 가능했다. 특실에는 진동안마 기능을 갖춘 의자도 있었다. 또 일본 신칸센에서 사용 중인 의자, 독일 ICE에서 쓰는 의자, 국산 의자 등 여러 모양의 의자가 전시돼 있었다. 강 단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많은 시승행사를 한 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자를 택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전 쪽에 접근하자 열차가 속도를 크게 줄였다. 정규 열차에 길을 비켜주기 위해서였다. 대전 지역을 서행한 열차는 다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이 열차의 속도를 실감나게 했다. 낮 12시29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광명역을 출발한 지 1시간33분 만이었다. KTX의 운행시간과 거의 같았다. 휴식을 취한 뒤 오후 2시30분 광명역을 향해 동대구역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잠이 들었다.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광명역에 도착한 시간은 4시. 역시 1시간 30분 만이었다.

광명~동대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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