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법 도입" 중국 금융개혁 온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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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들어 중국의 금융개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개혁은 외환.증권.은행.보험.채권.선물 등 금융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중국시장의 개방 확대를 노리고 있는 미국 등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지만 중국 정부 스스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낙후된 기존 금융제도를 고수하면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금융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어떤 정책 도입했나=외환 부문의 변화가 가장 많다. 5월에 도입된 외환스왑(swap)제도에 따라 지난달 25일 인민은행이 처음으로 10개 시중은행들과 6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또 이날 외환시장 조성자(market maker) 제도를 내년 1월부터 도입해 금융회사들이 환율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는 달러화에 고정해온 관리변동환율제를 폐지하고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했다. 달러 뿐아니라 유로.엔화 등 여러 통화의 변동 상황을 종합해 위안(元)화 환율을 정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 부문의 개혁은 외국투자자에 대한 개방 확대라는 큰 그림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투자유치를 통해 은행 부실을 털고, 선진 금융기법을 수혈받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다.

류밍캉 은행감독관리위원장은 최근 "연말까지 113개 시중은행의 지분을 외국인에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테마섹이 건설은행에 지분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올들어 외국자본의 중국은행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4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신용카드 등 소매 금융시장도 곧 개방할 방침이다.

경제성장률(연 9%)을 못따라가는 취약한 증권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조치도 이어져 지난 9월 기업 상장 규제완화, 투자자보호펀드 설립 등 굵직한 계획이 나왔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기업 임직원에 스톡옵션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 왜 개혁에 열올리나=중국은 2001년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2006년말까지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금융개혁 노력은 WTO와의 약속 이행이란 성격을 갖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10월 전체회의(16차 5중 전회)에서 금융개혁의 가속화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중국이 고도성장을 이어가려면 증권.은행 등 금융부문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개혁이 외국 자본에 이권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길게 보면 중국에 이익이 된다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9월말 공상.중국.건설은행 등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이들 은행들은 해외증시 상장이나 지분투자 유치, 해외 자금조달 여건 등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정책 당국자들은 선진금융 기법이라 하더라도 막무가내식으로 수입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환율 개혁에서 보듯 중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따져가며 속도 조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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