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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박사의 건강 비타민] 턱 아파 생니까지 뽑았는데, 알고보니 '3차 신경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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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진우 박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모(51·경기도 고양시)씨는 10년 전부터 세수나 양치질을 하면 왼쪽 뺨과 턱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지병인 요로결석보다 통증이 더 심했다. 진통제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문제가 있나 싶어 발치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안면 통증 탓인지 나이가 10년 이상 더 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참다 못해 지난해 1월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3차 신경통’이라는 낯선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은 얼굴을 지나는 신경에 문제가 생겨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질환이다. 통증의 강도를 따질 때 전혀 없는 상태를 0, 가장 심할 때를 10으로 가정하면 박씨의 통증은 9~10점에 해당한다. 대상포진·요로결석·출산고통(산통) 등과 비슷하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3차 신경통 환자는 5만6336명으로 집계됐다. 2009년(5만4216명)보다 3.9% 정도 증가했다. 2013년 환자의 68%는 여성이다. 2009~2013년 남자는 3.3%, 여자는 4.2% 증가해 여자가 조금 더 늘었다. 추운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뇌에서 나오는 감각신경은 세 갈래로 나뉜다. 1차 신경은 이마에서 눈까지, 2차는 눈에서 윗입술까지, 3차는 윗입술에서 턱까지의 감각을 담당한다. 박씨의 통증은 셋째 신경과 관련이 있어 3차 신경통이라고 부른다. 전형적인 증상은 얼굴의 아랫부분이나 턱 주변에 수~수십 초간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한 통증을 느낀다. 하루에 수회에서 많게는 수십 회까지 갑작스럽게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다음 통증이 언제 나타날지 두려움을 무척 느낀다.

 3차 신경통은 안면 신경마비 증상과는 쉽게 구별된다. 3차 신경통을 일으키는 신경은 주로 통증이나 감각을 담당하기 때문에 운동에는 이상이 없다. 통증만 없으면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때 얼굴 표정에 문제가 없다.

 가장 흔한 3차 신경통의 발생 원인은 뇌혈관에 의한 3차 신경의 압박이다. 뇌종양·뇌혈관질환 등 2차적 원인에 의해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3차 신경통은 약물치료를 먼저 한다.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뇌혈관과 3차 신경을 분리하는 미세혈관감압술, 3차 신경의 통증 감각을 감소시키는 고주파전기응고술이 있다. 최근에는 감마나이프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 등 다양한 기법이 나온다. 박씨는 지난해 5월 고주파전기응고술을 받았다. 지금은 아무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김모(73·서울 광진구)씨도 왼쪽 눈과 광대뼈 부위에 생긴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10개월 동안 동네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통증이 되풀이돼 지난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뇌 MRI 검사를 받았다. 왼쪽 3차 신경에 종양이 발견됐고 1개월 뒤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통증이 서서히 호전되더니 지금은 통증 없이 생활하고 있다. 얼굴의 아랫부분이나 턱 주변에 심한 통증이 지속되면 진통제를 복용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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