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公勞 실력행사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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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내부에서 집행부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노는 당분간 대정부 투쟁 강도를 낮추고 집행부 재구성 등 조직 추스르기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단체행동권 등을 배제한 정부의 공무원노동조합법 입법 추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공노 집행부는 "26일 열리는 중앙위에서 파업강행.재투표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정부 투쟁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업 등 실력행사에 즉각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연가 파업사태를 주도했던 경남지부조차 다음달 쟁의 돌입 등 대정부 투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쟁의행위 개표 결과 이 지역 공무원들의 찬성률은 57.4%로 지난해 10월 대정부 교섭 쟁취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의 전국 평균(72.4%)에 훨씬 못미쳤다.

전공노 측이 "정부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투표율이 낮아져 찬성률이 재적 조합원의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집요한 방해 공작'지역인 서울.경기를 제외해도 전국 공무원들의 찬성률은 5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공노 한 간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못 해 먹겠다"고 말할 정도로 심해진 집단행동 만능 풍조에 대한 공무원들의 자성▶회계 부정 문제 등을 둘러 싼 집행부에 대한 불신▶지도부의 안일한 대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공노 홈페이지에는 지난 23일 밤부터 ▶투표 결과 수용▶집행부 사퇴▶집행부의 회계부정 규명▶새 지도부 구성 뒤 투쟁 강화 등을 주장하는 조합원들의 글들이 오르고 있다.

경찰이 차봉천 위원장 등 투표를 주도한 전공노 간부 18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정부의 강경입장 정리에 따른 압박 수위가 높아진 것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안 가운데 단체행동권 보장이나 전공노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해 달라는 전공노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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