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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이승엽 MLB서도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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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킹'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가능할까. 빅 리그에 간다면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을까. 이승엽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국내 프로야구를 떠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무명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자리를 잡은 다른 한국인 메이저 리거들과 달리 몇년째 홈런왕을 독식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스타가 미국행을 노크하기는 처음이어서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야구팬들의 때이른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국내 야구인 대부분은 이승엽의 미국 진출이 가능하다고 낙관한다. 박흥식 삼성 코치는 "야구 실력에 관한 한 미국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연수한 유승안 한화 감독도 "미국에서도 주전으로 뛸 능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약점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그러나 국내에서처럼 화려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한 타격 코치는 "타격으로만 볼 때 마쓰이(0.266)보다는 조금 못하고 최희섭(0.257)보다는 조금 낫지 않겠느냐"며 "미국에서 3할이나 30홈런을 치려면 더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이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외국인 선수도 한국에 왔다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하고 돌아간 경우가 많다. 언어장벽과 동료들과의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승엽의 미국 내 에이전트 SFX의 존 김은 "공격.수비.주루에서 모두 메이저리그급으로 평가하나 다른 투수.다른 스트라이크존 등 생소한 환경에서 어떻게 될지는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LA 다저스 한국 스카우트 안병환씨는 "국내에서의 높은 명성을 깨끗이 잊고 6개월이나 한 시즌 정도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긴 후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치로의 변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치로는 미국 진출 후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타격폼을 극단적으로 간결하게 바꿔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홈런 타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승엽이 큰 타격폼을 간결하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 홈런을 때려야 하는 1루수가 타격폼을 바꾸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가 된다. 돈에 상관 없이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 한번 도전하느냐, 아니면 국내의 높은 인기와 안정된 수입을 유지하면서 '국민타자'로 남느냐다.

SFX 존 김은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10억원은 절대 큰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진출과 동시에 이승엽이 1백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확답하지는 못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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