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월호 인양, 사회 갈등 수습하는 계기 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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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의 의견, 여론을 수렴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선체 인양 논의는 사실상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가족은 선체 인양을 정부에 거듭 건의해 왔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찬성이 우세한 편이다. 정부의 용역을 받아 ‘선체 처리기술 검토’를 해 온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세월호 부근 해저지형이 양호한 편이고, 잠수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인양에 따른 기술적 문제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후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주기가 되지만 아직도 9명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 한 구의 시신이라도 더 수습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은 세월호 참사의 사고 원인을 좀 더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선체 인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지만 해양 전문가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세월호 인양 삼불가론(三不可論)’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1만t에 이르는 선체를 우리 기술만으로 원형을 유지한 채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양 과정에서 시신 훼손과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900억~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인양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엄청난 돈이 투입되고 다소 현실적인 무리가 따르더라도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사상 최악의 재난’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이리저리 갈라졌고 이념·세대 갈등은 위험수위로 치달았다. 인양을 통해 경제적인 비용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실리와 명분이 생긴다. 지금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1년 가까이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인양이 재난의 아픔을 사회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실종자 가족이 모두 마음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