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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지자체 … 원룸·지게차 취득세 탈루까지 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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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시 수성구에 4층 원룸을 짓던 김모(56)씨는 2013년 12월 이른바 ‘미등기 전매’를 했다. 완공했음에도 등기를 하지 않고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 등기를 할 때 내는 취득세(2%) 700만원도 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이달 초, 김씨가 미등기 전매를 한 사실이 발각됐다. 비어가는 대구시 곳간을 채우려고 올 2월 만든 ‘신세원 발굴 태스크포스(TF)’에 의해서다.

 TF는 미등기 전매 때문에 취득세 수입에 구멍이 난다는 점에 착안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건축 허가를 낸 이름과 첫 등기 명의가 다른 806건을 찾아내 전수 조사 중이다. 이를 통해 김씨의 사례를 확인, 가산세까지 1200여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세금·과태료를 거두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경기가 가라앉아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데도 복지비 부담은 자꾸 늘어나자 생긴 풍속이다. 처음엔 잘 걷히지 않는 주차위반 과태료 등을 거두기에 몰두하다가 이젠 못 거둔 세금이 없는지 법령을 뒤져가며 세원을 찾아내고 있다.

 대구시 신세원 발굴 TF는 전동 지게차 현황도 조사 중이다. 지게차는 살 때 취득세 3%를 내야 한다. 실제 기름을 연료로 쓰는 지게차는 등록 대상이어서 빠짐없이 취득세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동 지게차가 문제다. 현행 규정상 등록 대상이 아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누가 샀는지 지자체가 알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전동 지게차는 등록을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대구시 TF는 이 세금을 거두려고 현대중공업과 ㈜두산 등 국내 4개 전동 지게차 제조업체에 대구시내 판매 기록을 요구했다. 4곳 중 2곳이 우선 자료를 제출했고, 이를 통해 374대를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장상록 신세원 발굴 TF팀장은 “미등록 전동 지게차가 1000대쯤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두 찾아내면 세금 6억원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는 거제에서 일하면서 주소지를 수도권이나 부산에 두고 있는 의사·법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280명을 대상으로 ‘주소 옮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가족이 수도권이나 부산에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이들이 주소를 옮기면 지방소득세(근로소득세의 10%)와 자동차세·주민세 등을 물릴 수 있다.

 광주광역시는 근저당 등이 설정된 체납자 소유 부동산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 체납액을 받아내고 있다. 이런 부동산은 대부분 채권자들이 ‘처분 금지 가처분 등기’를 해놓았다. 하지만 등기 설정을 하고 3년 이상 아무런 권리 행사를 하지 않으면 가처분 등기를 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소송을 내 가처분 등기를 없앤 뒤 부동산을 처분해 체납액을 받아내는 식이다. 광주시는 이 방법으로 지난해 26억원을 거뒀다.

 대전시 유성구청은 지난해 말부터 상·하수도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단수는 가급적 하지 않았지만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말 밀린 상·하수도료 65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징수 목표는 4억원이다.

홍권삼·김호·유명한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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