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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대통령, 종북 꼬리표 … “맡겨만 달라” 딴 자리 한 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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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호 05면

우파 2, 좌파 5.

7인7색 관악을 선거운동 현장 가보니

7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서울 관악을은 4·29 재·보선의 최고 격전지다. 1988년 소선거구제 실시 이후 이해찬 의원이 이 지역에서 다섯 번 연속 당선됐고, 이후 김희철-이상규로 이어지며 27년간 야권이 독식했다. 난곡동 판자촌이 아파트로 변모하는 등 지역의 모습은 꽤 달라졌지만 “아직 다른 서울에 비해 낙후돼 있다”란 정서가 팽배하다. 후보들은 “내 책임이다. 욕해도 좋다. 그래도 한번 맡겨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16일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7명 후보들의 유세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야당 독재 끝내자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떡볶이, 순대 팔아요!”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떡볶이를 파는 오 후보의 모습에 지나가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옆에 서 있는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둘 다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했다. 이날 두 시간 동안 분식집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1만2000원.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한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직접 돈을 벌어 식사비를 충당한다는 ‘삼시 세끼’ 이벤트 현장의 모습이다.

서울시의원을 지낸 오 후보는 2010년 관악구청장 선거, 2012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27년간 쌓아온 야당의 아성(牙城)은 높은 벽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호기다.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이다. 오 후보는 “19대 총선 때의 야권연대 세력이 3년 만에 다시 쪼개지는 모습에 지역 주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난곡동 주민 강모씨는 “야당이 한 게 뭐 있나. 이번엔 한번 바꿔보자는 생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4전5기의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2일 오후 8시 서울대 구내 커피숍. 대학생 네 명이 모여 정 후보와 얘기를 나눴다. ‘대학생과의 대담’이란 타이틀이 걸려 거창한 모임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바쁜 일정에 네 명의 대학생이라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란 기자의 질문에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어디든 간다. 오늘 대화가 SNS로 퍼진다면 효과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절박하다. 관악을 야권불패 신화가 혹여 깨지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초반 흐름이 중요하다. 정동영 후보보다 앞선다면 야권 성향 표가 나에게 쏠릴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재 정 후보와의 격차는 크지 않다.

그로선 간신히 움켜잡은 기회다. 98·2002년 구청장, 2008·2012년 국회의원 등의 당내 경선에서 매번 탈락했다. 상대는 이 지역 터줏대감 김희철 전 의원. 다섯 번째 대결 만에 0.6%포인트 차로 김희철의 벽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동영이란 복병이 또다시 길목을 막아섰다. 문재인의 최측근인 그에겐 이 지역 호남 민심을 돌릴 박지원 의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야당에 회초리를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정 후보는 3일 오전 삼성동 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나라 일꾼을 뽑는 것”이라며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를 심판하고 무능한 야당에 회초리를 드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역 일꾼론에 맞선 정 후보의 전략이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답게 회견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인파에 찻길이 꽉 막히기도 했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수군거림이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동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초반 여론조사는 썩 반갑지 않다. 오신환·정태호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임종인 캠프 대변인은 “응답하지 않은 40%에 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 정서상 호남 대표성이 당락을 크게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동교동계와 문재인 대표의 불협화음도 정 후보 입장에선 호재다.

성과로 심판해 달라는 무소속 이상규 후보
“이상규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3일 오전 8시 신림동 버스정류장 앞. 어깨띠를 두른 이 후보는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는 4개월 전만 해도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로 하루아침에 의원직을 잃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한번 이변을 노리고 있다. 그는 “19대 총선에서도 야권 단일후보라는 명칭은 갖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당시 민주당 조직은 김희철 무소속 후보에게 갔다. 조직의 힘이 아닌 나만의 경쟁력으로 38%의 득표율을 따냈던 것”이라며 “악조건일수록 더욱 힘이 난다”고 했다. 옛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넘어서야 하는 게 그의 과제다. 이 후보는 “일반 국민에게 나는 ‘종북(從北) 세력’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3년간 해마다 10억원씩 ‘관악을’ 예산을 따냈다. 성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1중’으로 불러 달라 … 정의당 이동영 후보
2일 오전 7시 신대방역 1번 출구 앞. 이 후보가 피켓을 들고 출근 인사를 했다. “국민의 편에 설 제대로 된 야당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모른 척하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이 후보는 꿋꿋했다.

그는 이 지역 구의원을 8년간 했다. 경전철 조기착공과 같은 거대 현안뿐 아니라 각 동마다 가려운 현안이 무엇인지도 다 꿰뚫고 있었다. “중앙 정치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든 이 지역은 진보 진영에 최소한 10%의 지지를 해왔다”며 “정의당이 진보의 대표성을 띤 만큼 3강4약이 아니라 3강1중3약의 판세”라고 전했다. 또 “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 간 연대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진보 대표 내건 노동당 나경채 후보
나 후보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이 낸 유일한 후보다. 노동당 대표로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하는 게 그의 어깨에 달렸다.

나 후보의 화두는 ‘제1야당 교체’다. 그는 “무능한 제1 야당에 더 이상 ‘희망고문’을 당하지 말라”며 야권의 대표 후보로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1만원’과 ‘CEO 최고임금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양극화를 줄이고 서민들의 편에서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낮은 지지도와 원외정당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일베 대통령’ … 무소속 변희재 후보
비가 종잡을 수 없이 내렸던 2일 오후 6시 지하철 신림역. 변 후보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반복했다. 유명인인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행인이 적지 않았다. 사인을 해 달라거나 사진을 같이 찍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난곡사거리의 선거사무실에선 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통진당 해산 시위를 함께했던 20여 명이 변 후보를 돕고 있다. 박효서 캠프 본부장은 “괜히 ‘일베 대통령’이라고 그러는 게 아니더라”고 했다. 온라인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지 세 시간 만에 1200만원이 모였단다. 변 후보는 “오신환이든 정동영이든 한 시간만 TV토론을 벌이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후보 간 TV토론에 참여하기 위해선 지지율 5% 확보가 시급한 현실이다.

특별취재팀=최민우·이충형·천권필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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