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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첫 불문율은 '개를 사랑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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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위스콘신 주지사이자 2016년 미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공화당 ‘잠룡’ 스콧 워커. 그가 요즘 고민하는 건 다름 아닌 ‘개 알레르기’다.

대선 후보와 개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막상 미국인들의 표심에는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커 주지사가 색다른 고민에 봉착해 있다고 전했다. NYT는 “만일 미국 유권자들에 관한 핸드북이 있다면 대선 후보는 반드시 ‘개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어딘가에 적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이려면 개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대선 후보에게 개 알레르기는 표심을 잃는 치명타라는 지적이다. 거리 유세를 할 때, 유권자들의 개를 쓰다듬으며 “참 사랑스러운 강아지네요”같은 말을 건네야 하는데 말이다. NYT는 “워커 주지사의 자녀들은 금붕어를 키우는데 만족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미 대권 후보로 오른 다른 후보들만 봐도 저마다 개를 키웠거나 키우고 있어서 유권자들과 ‘애견 경험’ 공유가 가능하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마빈’이라는 래브라도 견(犬)을 암으로 잃고 나서 슬픔에 잠겼던 경험이 있다. 오는 13일 대선 출마 선언에 나서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시추 견(犬)을 키운다. 강아지의 이름은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는 뜻에서 ‘만나’라고 지었다. 공화당 강경보수 그룹인 티파티의 대표적 정치인인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이 키우는 잡종 개는 하얀 털 때문에 ‘눈송이(snow flak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크루즈 의원의 딸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와 인기몰이를 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하나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재능이 있다’는 뜻의 탤리(tally)라는 개를 키운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개를 사랑했다. 워싱턴에 소재한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언론 박물관인 뉴지엄에는 ‘퍼스트 도그(대통령의 애완견)’라는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애완견은 스코티시 테리어였으며 이름은 팔라(fala)였다. 아이젠하워의 딸들을 코커스파니엘을 키웠으며 체커(checke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미 16대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란색과 갈색이 섞인 잡종견 피도(Fido)를 키웠다. ‘피도’는 사람을 잘 따르고 돕는 개를 의미한다. 불행히도 링컨의 애견 피도는 링컨이 암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뒤를 따라 죽음을 맞이했다.

36대 대통령을 지낸 린든 존슨은 비글 두 마리를 키웠는데 이름이 각각 그(him)와 그녀(Her)였다. 린든 존슨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향해 ‘그와 그녀’의 귀를 잡고 들어보이는 장난도 쳤다.

과거 전직 미 대통령들의 애완동물 명단엔 개 대신 말이나 새도 있었다. 미국의 25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맥킨리는 멕시칸 앵무새를 키웠는데 이름을 ‘워싱턴 포스트’라고 지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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