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샤워 효과(Shower Effec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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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백화점은 각종 경품·사은품 행사를 많이 해요. 1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백화점 매출이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매출 성장률이 1%대를 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손님을 불러모으기 위해서 여러 행사를 연답니다. 그런데 경품이나 사은품 행사장은 1층 아니면 꼭대기층에 있어요. 또 백화점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요즘 심혈을 기울여 유치하고 있는 맛집들도 지하 아니면 맨 위층에 있지요. 왜 그럴까요?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런 매장 배치를 ‘샤워 효과(Shower Effect)’, ‘분수 효과(Fountain Effect)’라는 말로 설명해요. 샤워를 하면 물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지요? 마찬가지로 위층의 매출이 아래층의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에요. 맛집을 찾아 꼭대기 식당가로 가거나 사은품을 받기 위해 맨 위층을 찾았던 손님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다가 계획에 없던 쇼핑을 하게 되기 때문에 아래층 매출까지 덩달아 상승한다는 거지요.

분수 효과는 이와 반대로 분수의 물이 바닥에서 위로 뿜어져 나오듯이 1층이나 지하를 찾은 손님이 이왕 온김에 위로 올라가 다른 매장을 돌아보면서 쇼핑을 하게 된다는 거고요. 만약 중간층에 식당가나 행사장이 있다면 거기까지만 올라갔다가 내려올 우려가 있겠지요? 그래서 위 아래 양쪽 끝에 모두 손님을 모을 수 있는 장치를 해 둔 거랍니다.

 그런데 분수효과를 경제 정책 분야에서 쓸 때는 조금 다른 뜻이에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서 아래에서부터 소비를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의미랍니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경기가 부양되고 결국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 down effect)와 대비되는 개념이에요. 하지만 마케팅에서는 분수효과를 아래층으로 오게 한 다음 위층까지 돌아보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한다는 뜻으로 써요.

 샤워효과도 분수효과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백화점의 최근 고민이에요. 주머니를 꼭 닫은 채 다른 층은 돌아보지 않고 ‘밥만 먹고’ 돌아가 버리는 고객이 늘었거든요. 새로운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참신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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