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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길 잃는 제주 아낙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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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길잃음 주의보’를 내렸다. 관광객이 아닌, 제주도민들이 대상이다. 원인은 고사리다.

 제주도는 해마다 봄이면 으슥한 숲에서 고사리를 캐다가 길을 잃은 주민들 때문에 119가 출동한다. 지난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접수한 “길을 잃었다”는 신고 135건 중 59%인 79건이 4, 5월에 발생했고, 그 대부분인 73건이 “고사리를 캐다가 길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4월 28일엔 오모(69·여)씨가 서귀포시 표선면 인근에 고사리를 따러 갔다가 길을 잃어 저체온증까지 일으킨 끝에 구조됐다. 지리에 익숙한 제주도 주민들이지만, 고사리를 찾아 숲을 헤매다 그만 길을 잃은 것이었다. 대부분 숲이 우거진 제주도 동부 지역에서 일어났다.

 제주도민들이 고사리 채취에 나서는 것은 벌이가 쏠쏠해서다. 제주 고사리는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보다 부드럽다는 평을 받아 조선시대에는 수라상에 올랐다. 지금도 소매가가 1㎏당 10만원 안팎으로 여타 국내산보다 50%가량 비싸다.

제주=최충일 기자 beno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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