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 아베가 불참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의 참석 요청이 있었지만 70년 전 소련이 일·소련 중립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북방영토 4개섬(쿠릴열도 4개섬의 일본 명칭)을 불법 점거, 아직까지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을 했다" 고 전했다. 시베리아에 역류됐던 약 60만 명의 일본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10년 전 60주년 행사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과 패전국의 정상들이 '추도와 화해'의 깃발 아래 대거 참석했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 총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레더 독일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동참했다.

일본 내에선 연내 방일을 예고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아베 총리가 러시아를 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됐지만 우크라이나 문제에 보조를 같이 해 온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앞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이번 행사에 불참을 결정했다.

특히 다음달 말 미국 방문을 앞두고 굳이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러시아 전승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역사 청산'없이 '화해'로 기운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줄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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